홍준표 만난 문재인 "잘못된 길 가는 것"

[현장] 문재인·홍준표의 불꽃 튀는 설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경남도청을 방문,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만났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였으나 "이미 도의회 예산 결정이 끝난 사안"이라는 홍 지사의 동어반복 끝에 30분만에 회동은 성과없이 끝이 났다.

문 대표는 아쉬운 표정으로 도청을 나서면서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홍 지사는 "마찬가지"라고 맞받아쳤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경남도청을 찾아 홍 지사와 함께 도지사 집무실로 웃으며 들어갔다. 두 사람은 '봄비' 얘기를 나누며 잠시 웃음 꽃을 피우다 거제, 진주 등에 구성된 국가산업단지와 조선·선박 산업 불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지사는 "50년을 버틸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자랑했고 문 대표는 "선박 산업이 어려워 중소기업도 어렵다던데"라고 안부를 물었다.

▲1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도의회가 작년에 다 결정한 사안" 반복

무상급식에 대한 이야기는 문 대표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그는 "아직 해법이 남아있는 것인지 알아보려고 왔다"면서 "문제의 발단이 교육청 감사 문제란 건 서로 다 아는 바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청과 도청 간 머리를 맞대는 일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에 "무상급식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교육 격차가 계층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밥보다 공부가 우선 아니냐. 서민 자녀들로부터도 '밥 안 먹어도 좋으니 우리가 학원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편지도 많이 왔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의 이유로 '도의회의 예산 결정'을 반복해서 내세우기도 했다. 자신은 의회의 결정을 따르는 집행부의 수장이므로, 예산이 결정된 현재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그는 "작년 12월 이미 경상남도와 시군에서 (무상급식에) 지급하는 642억 원을 서민교육지원예산으로 돌리는 것이 도의회에서 확정됐다"면서 "저는 그래서 다 정리가 된 줄 알았다. 이것이 갑자기 무상급식 중단으로 둔갑돼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오히려 그게 의아하다"고도 말했다.

홍 지사의 이 같은 주장에 문 대표는 "서민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급식하는 걸 우리가 무상급식이라고 한다. 그게 '의무교육'에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지사가 "그런데"라고 말을 끊자 문 대표는 홍 지사의 목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그런데"라고 힘 주어 말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문 대표는 "다른 데에선 (무상급식을) 다 하고 경남도에서만 중단된 것은 맞지 않느냐"면서 "아이들은 어디에 살든 급식에서 크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도 아이들만 급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가 다시 "이미 작년 12월 5일 예산이 확정된 것이다. 그게 바뀌지 않는 한 무슨 방법이 있느냐"며 도의회 탓을 하자 문 대표는 "천하의 홍준표 지사님이 의회 뒤에 숨으시겠나"라는 뼈 있는 농담도 던졌다.

문 대표는 "도의회 뒤에 자꾸 서지 마시라. 도의회가 다 지사님이 드라이브 걸어서 그러는 걸 천하가 다 알고 그 과정도 보도가 되고 있다"면서 "이제 와서 도의회가 예산을 결정해서 안 된다 이런 말씀 하시는데 누가 그걸 (믿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 발언도 매듭지을 수 없었다. 홍 지사는 문 대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앙에서 대안을 가지고 오십시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교육감이 이런 저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사님을 한 번 만나자고 요청을 해도 통 만나주질 않는다고 하더라"라며 "이런저런 말씀을 언론에 대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둘이 만나서 논의를 해보세요.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해 "만나서 얘기할 거면 작년 예산 전에 했어야죠. 지금은 확정돼 있고 집행부에서 그거(의회에서 결정된 예산)와 다르게 합의한다는 게 맞지 않죠"라고 답했다.

문재인 "천하의 홍준표가 도의회 뒤에 숨나"

홍 지사는 이어 "헌법재판소에서 의무교육에 급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면서 "의무급식이란 말은 선동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표가 "의무교육의 범위는 나라 형편에 따라 점점 넓어져오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홍 지사는 재차 그의 말을 끊고 "오실 때 대안을 가지고 오셨어야죠"라고 거듭 말했다.

홍 지사는 이어 "저도 340만 경남도민에게 무상급식하고 싶고 5000만 국민한테 무상급식하고 싶다. 이건 좌파 우파 문제도 아니고 정책 우선순위 문제다"라고 하자 문 대표는 허탈한 표정을 잠시 내비치기도 했다.

대화는 무상급식과 사회체제 논쟁으로 이어졌다.

홍 지사가 "무차별 급식에 매몰돼 교육기자재 예산 등이 42%가량 줄었다. 공부하러 학교 가는 거지 밥 먹으러 가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고 한 데 문 대표가 스웨덴은 지금 한국보다 더 가난했던 때 무상급식을 시작했다며 "우리 재정 형편이 애들 밥 못 먹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다.

홍 지사는 그러자 "지금 북유럽 얘길 하셨다"면서 "거기 사회보장 체제는 사회주의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에트 공화국이 당시 공산주의를 가지고 동유럽을 다 점령하고 북유럽까지 넘어가려 할 때 그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사회보장체제를 사회주의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한 후 "북유럽은 자기가 번 소득의 절반을 국가에 내놓고 국가가 애도 키워주고 밥도 주고 그런다"고 했다.

이어 홍 지사는 북유럽은 "우리보다 소득이 3배 높고 빈부 격차가 없다. 그런 나라엔 보편적 복지란 제도가 일반화 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보편적 복지가 일반화된 북유럽의 경제 형편이 좋은 편이란 건 인정한 셈이다.

문재인 "벽에 대고 이야기…잘못된 길 가시는 것"

이처럼 약 30분간의 숨가쁜 대화를 나눈 후 문 대표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홍 지사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는 인사를 나누면서도 "다른 건 다 그렇고 교육감 좀 만나세요. 한번 얘기를 나눠보세요"라고 했다. 그러나 홍 도지사는 여기서도 "해법을 한 번 제시해 주세요"라고 응수했다.

회동을 마친 후 문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벽에도 대고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 소득이 전혀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러네요"라면서 "뭔가 길이 있다면 우리끼리라도 더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전혀 길이 없으시다니"라고 했다.

문 대표는 홍 지사와 헤어지기 직전 그에게 "지금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길을, 잘못된 길을 가시는 것"이라고 했고 홍 지사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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