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미 차관보 "사드, 한국이 결정할 문제"

중국 주도 은행 설립에도 노골적 경계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중국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상하다며 반격에 나섰다. 사드 배치를 비롯한 현안을 두고 미·중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7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경수 차관보와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배치도 되지 않았고 이론의 문제에 불과한 안보 시스템에 대해 제3국이 강한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답했다. 여기서 '제3국'은 중국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셀 차관보는 "(나는) 군인도 아니고 탄도 미사일 전문가도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라는 명백한 위협에 노출돼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 "군 당국은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한국인, 미국을 보호할 체계를 고민할 책임이 있다"고 밝혀 사드 도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맹 방어 체계를 어떤 방법으로, 언제 쓰게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이라며 사드 도입에 한국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17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경수(왼쪽) 차관보와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면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셀 차관보는 또 중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에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것에는 환영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도 "만일 이 은행이 다자가 참여하는 개발은행이라면, 지배구조 차원에서 지난 수십 년간 다른 다자 참여 은행들이 가졌던 높은 기준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셀 차관보의 이같은 발언은 AIIB의 지배구조에 문제를 삼았던 기존 미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은 AIIB의 지배구조와 입지, 운영 방식 등이 중국의 뜻대로 운영될 수밖에 없도록 구성돼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서방의 주요 동맹국들에게 AIIB에 가입하지 말 것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16일(현지시각)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도 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일각에서 정부와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와 경제지 <포브스> 등은 미국이 AIIB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지배구조 문제도 개선하고 내부 비판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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