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가계부채, 시스템 리스크 수준 아니다"

론스타에 400억 배상한 외환은행 관련해선 "공부해 보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0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소 빠르지만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현안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관련 위험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면서 "미시적 관리를 강화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안이한 문제의식"이라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후보자는 "LTV DTI 완화는 부동산 (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LTV·DTI 강화하면 디플레이션 가속화 우려"

임 후보자는 지난해 8월 LTV·DTI가 전격 완화된 후 "아무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좀 빨랐다"면서도 "그러나 (새로 증가한 대출이) 생산적인 곳에 쓰였다"는 논리도 펼쳤다.

"(신규 대출로) 기준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고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등에 80% 정도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인사 청문회에 앞서 임 후보자는 "현시점에서 단순히 규제 수준을 강화하면 실수요자들의 자금 이용을 줄여 디플레이션을 가속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그는 새정치연합 김기준·민병두·신학용·이종걸 의원에게 제출한 사전 서면답변 자료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가계의 실질적인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상환 여력은 낮아져 부채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LTV·DTI 규제 강화가 결과적으로 가계 부채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무죄 판결 받고도 론스타에 400억 배상한 외환은행…"공부해 보겠다"

임 후보자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4조 원대 투자자국가소송(ISD) 과정이 공개돼야 한단 지적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론스타는 앞서 사회적 '먹튀' 논란 속에서도 외환은행 매각이 지체돼 손해가 발생하고 매각에 따른 세금이 부과됐다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43억 달러 배상 소송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했다.

소송은 곧 첫 심리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김기준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민에게 공개하고 사회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임 후보자는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고도, 유죄판결을 받은 론스타에 지난 1월 400억 원의 배상금을 건넨 것과 관련한 후속 대책 질의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무죄판결을 받았으니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데도 이건(400억 지급) 말도 안 된다"면서 "외환은행은 더군다나 이사회 결의도 없이 이를 결정했다. 외환은행이 무슨 명목으로 론스타에 정확히 얼마를 지급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임 후보자는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외환·하나 통합, 노사 합의 후 추진이 바람직"

임 후보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과 관련,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의 통합 승인을 보류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노사 양측 간 합의 과정을 거쳐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법원의 가처분 판결을 존중한다"고도 했다.

법원은 지난달 외환은행 노조의 하나·외환은행 통합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위장전입·다운계약서 작성 지적엔 "송구" 연발

도덕성 검증도 이루어졌으나 임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송구하다"는 뜻을 밝혀 큰 쟁점이 되지는 않았다.

임 후보자에게는 2004년 서울 여의도 아파트를 매입시 실 거래 가격이 6억700만 원이었음에도 2억 원으로 신고해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제기돼 있었고, 1985년 실거주 아파트와는 다른 친척 소유 주택으로 주소지를 옮겨 위장전입 의혹도 제기돼 있었다.

임 후보자는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철저한 자기 관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지적대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철저히 반성하고 더욱 자기 관리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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