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증세 안 하면 어두운 미래" 경고

"50년 뒤 마이너스 성장…규제완화 대책 아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단순히 규제 완화를 하는 지금 수준의 정책으로는 (저성장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 공동체 유지를 가로막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부담-중복지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장과 복지를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단 사실을 또 한번 강조한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당 이재오 의원의 주최로 서울 은평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은평포럼'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경제 성장에 관해 우리 사회가 진짜 전략을 찾아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관적 전망으로는 2060년 중반이 되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될 것"이라면서 "굉장히 우울한 시나리오인데, 저는 이 전망이 그렇게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5년 경제, 2016년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 내년엔 경기가 좋아질 거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건 그렇게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면서 "한국은행이 돈을 더 풀고 금리를 내리는 것은 성장의 방법이 아니다. 비타민 하나를 먹는 정도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단기 경기 부양책은 근본적인 성장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 원내대표는 또 "경제성장을 강조해 온 보수정당임에도 (저성장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저희들이 잘못했다. 역대 정권도 다 이 문제에 대해서 잘못했다"고도 말했다.

"세금 더 내지 않으면 어두운 미래 더 어려워질 것"

그는 또 강연장에 모인 이들에게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복지 문제를 생각 안 할 수 없다"면서 "세금을 더 내지 않으면 여러분의 손자에게 빚을 떠넘기게 된다"고도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양극화가 계속되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성장 정도의 실력, 체력 이런 걸 봐선 스웨덴 같은 고부담 고복지 나라는 절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그렇게 성장을 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국민은 그 정도로 세금을 낼 용기도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중부담 중복지'의 실제 사례에 대해선 유 원내대표는 "미국과 독일 중간쯤 어디"라고 말하며 "스웨덴 같은 복지는 안 되니 중요한 게 미국 사회 같이 민간영역에서 사회적 기부 등이 굉장히 많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세금 없이 복지하는 유일한 길은 다음 세대한테 빚을 떠넘기는 것"이라면서 "작년에도 10조 원 재정 적자가 났는데 그렇다고 국채를 발행하고 국공채를 발행하고 채권을 발행하면 30년 후에 내 손자가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 미래가 이렇게 어두운데 빚을 떠넘겨 놓으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원론 얘기하면 동의다가 막상 세금 더 내자면 난리"

유 원내대표는 이 같은 성장 및 복지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정치권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 문제에 대해 이렇게 원론을 얘기하면 다 그리 해야지 하면서도, 소득세·법인세·담뱃세 등 무슨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난리가 난다"면서 "정치권이 성장과 복지 문제에 대해 (길게 보지 않고) 그때그때 싸우는데 선거를 해야 하니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저성장과 복지 문제를 "해결할 사람, 또 해결해야 하는 역할은 결국 정치권에 밖에 없다"면서 "순진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선거 때 인기가 없는 과학기술은 어떻게 할 것이며 보육은 어떻게 할지, 이런 문제들을 여야 지도자가 앞으로 10년, 20년 꾸준히 크게 타협하지 않으면 정말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청중으로부터 나온 개헌 논의 시기를 묻는 질문엔 "워낙 그런 목소리가 많이 분출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기가 올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그는 "1987년 체제를 바꿀 때가 됐다는 말씀은 당연히 맞는 말씀"이라면서 "어떤 분들은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5~6만 달러로 올라가고 통일이 돼서 내각제를 하는 게 맞다고 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선 제 개인 의견을 강하게 말씀드리기 보다 자유로운 토론을 꼭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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