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동 원전은 안전?…천만에!"

[주간 프레시안 뷰]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방사능 물질 '삼중수소'"

'삼중수소'라는 물질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 'tritium'이라고 합니다. '수소'가 이름에 붙어 있다 보니, 위험한 물질이라고 인식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방사능 물질입니다. 원전에서 대량으로 생성됩니다.

삼중수소는 감마선, 알파선, 베타선 중에 베타선을 내뿜는 방사능 물질입니다.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반감기가 12.3년인 방사능 물질입니다. 반으로 줄어드는 데 이 정도가 걸리니까, 완전히 위험성이 없어지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원전에서 늘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아도 나옵니다. 원전에서는 여러 과정을 통해 방사성 기체가 발생합니다. 이 기체를 주기적으로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들이 버려집니다. 그리고 원전에서 세탁, 배수 등을 통해 액체폐기물이 나오는데, 여기에도 방사능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실제 배출량보다 엄청 축소해서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고가 안 나도 원전에서는 일상적으로 방사능 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잘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니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수력원자력은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연구기관들도 이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해 왔습니다. 내용을 보면 충격적입니다.

2012년에 나온 <국내원전의 방사능 유출물 배출현황과 특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자료를 보면, 21기(당시 기준, 현재는 23기)의 원전에서 나오는 연간 방사능 유출량이 547테라베크렐(1테라는 1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2001년에서 2010년까지 10년 동안 배출된 양은 4283 테라베크렐에 달합니다.

5000 테라베크렐 이상이 유출되면 국제기준으로 사고등급 6등급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는 대형 원전사고가 안 일어났다고 하지만, 국제기준상 사고등급 6등급에 해당하는 방사능물질이 유출되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10년 동안의 수치일 뿐입니다. 1978년 고리1호기가 가동되기 시작한 이후에 얼마나 많은 방사능 물질이 기체와 액체 형태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유출된 방사능 물질 중 86%는 월성원전에서 나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월성원전은 월성 1,2,3,4호기로 이뤄져 있는데, 모두 중수로입니다. 중수로에서는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월성원전의 배출량이 많습니다. 그러나 경수로원전인 다른 원전들이라고 해서 방사능 물질이 안 나오는 게 아닙니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경수로 원전의 경우에도 1기당 연간 11.61테라베크렐의 방사능 물질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원전에서 일상적으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의 핵심은 삼중수소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감기가 12.3년에 달하는 물질입니다. 인간의 체내에 들어오면 내부피폭을 일으킵니다. 베타선을 내뿜어 유전자, 면역체계를 공격합니다.

세계적인 반핵운동가이자 의사인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라는 책을 보면, 삼중수소의 영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무시무시한 물질이다. 삼중수소는 저에너지의 베타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멀리까지 투과하지 못하므로 삼중수소가 발하는 모든 방사선은 주변의 세포에 즉시 흡수된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돌연변이 발생률을 더욱 높인다."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은 '괜찮다', '안전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물이나 음식을 통해 삼중수소가 사람 몸속에 들어오는데 괜찮다는 것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와도 열흘이면 절반이 배출된다고 주장합니다. 물리적 반감기는 12.3년이지만, 사람 몸에서 절반이 배출되는 '생물학적 반감기'는 10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의 얘기대로 하더라도, 10일이 지났을 때 절반이 배출될 뿐입니다. 완전히 빠져나가려면 반감기가 20번은 지나야 합니다. 그리고 10일이면 86만4000초입니다. 1베크렐이 몸에 들어왔을 때에 86만4000번 핵붕괴를 일으키는 시간입니다(1베크렐/kg은 1초에 1번 핵붕괴가 일어남). 그런데 과연 괜찮을까요?

그리고 생물학적 반감기가 10일이라는 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헬렌 칼디코트는 삼중수소에 대해 아래와 같이 쓰고 있습니다.

"오염된 음식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삼중수소의 10퍼센트가 신체와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21일에서 550일의 생물학적 반감기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1년에서 25년까지 신체 안에 머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원전은 최대한 빨리 폐쇄되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녹색당과 그린피스가 2030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가장 빠른 폐쇄시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보다 더 빨리 폐쇄할 수 있으면 더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안 나도 이렇게 방사능 물질을 내뿜고 있는데, 어떻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이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원전을 짓지 말아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만약 경북 영덕에 원전을 짓게 되면, 그 원전에서 방사능물질이 바다로 버려지게 됩니다. 그렇게 됐을 때, 과연 '영덕대게'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요?

원전 중에서도 방사능 물질 유출량이 많은 중수로인 월성원전은 수명이 끝나기 전이라도 최대한 빨리 폐쇄해야 합니다. 월성1호기는 물론이고, 월성 2,3,4호기의 폐쇄 시기도 최대한 앞당겨야 합니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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