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NARL 인수 위해 내부수익률 조작"

해외 기업 '부실 인수' 공방, MB 회고록도 도마에…"뻥튀기"

한국석유공사가 '부실' 지적을 받고 있는 캐나다 기업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NARL)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루 만에 이 회사의 내부수익률(IRR)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 자원개발 진상규명을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석유공사와 해외자원개발협회로부터 첫 기관보고를 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2009년 10월 26일 석유공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에서 5.0%로 보고된 NARL의 내부수익률(IRR)이, 다음날인 27일 석유공사 경영위원회에서는 8.3%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26일 보고된) 5%는 석유공사 내부기준인 '해외유전개발사업 평가기준 및 투자의사결정 절차'에 따른 개발생산사업 할인율 8~10%보다 낮은 것이었다"며 "IRR을 규정에 맞추기 위해 일종의 조작을 한 게 아니고서야 단 하루만에 3.3%의 수치가 조정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박 의원은 2012년 4월 감사원 감사 확인서를 보면 26일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 안건작성 담당자였던 김모 M&A팀장이 "시차도 적응 안 된 상태에서 1주일 안에 이사회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시를 받아 급하게 작성하다 보니 IRR까지 신경쓰지 못했다. 신모 신규사업처장이 '총투자액과 총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해 경영위원회 때에는 8.3%로 IRR을 맞출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돼있다면서 "일개 공사 직원이 조작을 해서 1조 원 넘는 투자를 결정할 만큼 간이 크겠느냐. 그 '뿌리'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전정희 의원은 석유공사가 국내 기업에 NARL에 대한 자산 평가를 요청해 부정적 의견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하베스트로부터 NARL 인수를 제안받고 GS칼텍스에 자산평가를 부탁했다"며 "'효율성이 낮다'는 의견을 받았음에도 다음날 바로 인수했다"고 했다.

MB, 회고록에서 '4조 원 회수했다'…"뻥튀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주장한 자원외교 '업적'에 대해서도 "거짓말", "뻥튀기"라는 날선 비난이 나왔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주장한 MB 자원외교 기(旣)회수금 4조원과 총 회수율 114.8% 등은 사실상 석유공사를 비롯한 자원 공기업의 수치 조작과 억지 끼워맞추기가 동원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주장한 기 회수금 3조5700억 원에는 석유공사가 1996년에 시작한 영국 캡틴(다나) 광구사업(2조 원)과 참여정부가 시작한 미국 앵커 광구사업(4400억 원)이 포함되어 있고, 1조2000억 원을 회수했다고 주장한 이라크 주바이르 광구(가스공사)의 회수금은 사실상 실체가 없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 의원은 "즉 이 전 대통령이 회수했다고 주장한 4조 원 중 절반이 넘는 2조4000억 원 가량은 과거 정부의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왜곡하고, 회수되지도 않은 돈을 회수된 것처럼 끼워넣은 것"이라며 "총회수율 114.8% 또한 석유공사가 회수 적용 유가를 뻥튀기해서 만든 허황된 수치"라고 비판했다. "석유공사가 다나, 하베스트, 사비아페루 등 대형 사업의 미래 회수액 계산을 하며 유가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4대 유가 전망 기관이 내놓은 향후 3년간 평균 유가 전망이 배럴당 66달러임에도, 미래 회수금을 배럴당 90달러로 부풀려 꿈 같은 미래 회수액을 추정"한 것을 들며 "지금 현실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오히려 도산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도 김 의원의 이같은 지적에 "지금 같은 저유가가 계속되면 (회수 추정액 실현은) 좀 어렵다"고 일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2009년 2월 이명박 정부가 한국-이라크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 35억 달러 규모의 유전 개발권 획득 등 대규모 경제 협력에 합의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으나, 당시 이라크 정부는 '탈라바니 대통령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이라며 이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는 의회의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내각제적 정치체제를 택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과 역할은 분리돼 있다.

최 의원은 "이라크 현지 언론은 '말리키 정부가 탈라바니 대통령은 명예직이고 실권 있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 아니며, 한국 정부에게도 외교적인 방법으로 탈라바니 대통령은 이라크 북부 지역의 어떤 석유거래 계약도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통보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면서 "실제 이라크 정부는 한-이라크 정상회담 이후에도 쿠르드 유전 개발에 참여한 한국 기업을 유전 개발 입찰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 사장 "손실 면목없어"…새누리당 "노무현 정부도…"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회의 시작시 업무보고에서 "하베스트(인수 사업)의 주요 성과로, 탐사 성공 및 시추 활동을 통해 6000만 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했다"며 "기술 및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자평했으나,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손실은 면목 없다", "손해를 봤기 때문에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서 사장은 다만 "장기적으로는 하베스트가 잠재성이 있는 회사라 손실을 메울 수 있다고 본다"고 항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야당 의원 뿐 아니라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도 나이지리아 광구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석유공사의 검토가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석유공사는 '이거 성공할 거다' 하고 가져오면 몇백 억씩 돈을 막 주나?"라고 서 사장을 질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면 누가 자원외교 사업을 하겠나"(전하진 의원)라며 야당의 공세에 맞섰다. 전 의원은 "자원외교라는 중대차한 사업이 단절된 시간에서 평가되고 재단되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며 "투자가 손실이 날 수 있고 이익이 날 수도 있는데 손실만 조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36조 원의 국부가 유출됐다고 (야당에서) 주장하지만, 자원이 존재하고 있는데 '유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 호도"라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또 이명박 정부의 과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역공을 펼쳤다.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은 "두 정권에서 수립한 기본계획을 비교하면 참여정부는 사업의 양적 팽창을, 이명박 정부는 사업의 질적 변화를 추구한 셈"이라며 "하지만 두 정권 모두 치적홍보에 급급해 사업 성과를 과장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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