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반발하는 중국, 주권침해인가?

[정욱식 칼럼] 중국의 우려 제기, 합리적 근거 있다

올해 들어서도 사드(THAAD)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발단은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2월 초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중관계 훼손" 운운하면서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었다.

그러자 국내의 상당수 언론은 중국의 입장을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그 논지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중국의 반대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핵 대처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이 북핵 위협에 대비한 사드 배치를 반대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끝으로 사드는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거나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면 '친중 사대주의자'로 비난하기도 한다.

미국의 고위 관료들도 사드 배치는 협의된 바가 없지만, 중국이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를 포함한 국익에 백해무익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의 반대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창와취안의 발언을 계기로 감정적인 대응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맹 관계가 양자 관계로 국한된다면, 제3국의 문제제기가 주권 침해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주권과도 관련된 문제이다. X-밴드 레이더가 한국 서부에 배치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동부의 군사 움직임도 감시할 수 있다. 그것도 일본 교토 남부에 배치된 X-밴드보다 훨씬 근거리에서 말이다.

또한 사드가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되면 미·중 간의 무력 충돌 시 대중국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건 동북아 분쟁 발생 시 주한미군을 투입한다는 전략적 유연성과 연계되어 있다. 작년 7월에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한국은 주권 국가"라고 말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북핵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논법도 신중해져야 한다. 기실 중국의 가장 큰 불만은 한미 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는 부정적이면서 북핵 위협을 이유로 미사일방어체제(MD) 등 군비와 동맹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도 중단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한미 양국이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도 중국의 불만을 키웠다.

'사드 등 MD 강화가 북핵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중국의 입장도 경청할 만하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한미동맹이 방어력까지 증강하면 북핵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지적은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충분히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눈치나 보자는 뜻이 아니다. 중국의 우려 제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고, 또 이는 한국의 국익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안보와 국익은 북핵과 MD의 적대적 동반성장의 고리를 끊고, 북핵 해결과 MD 철회가 어우러질 때 증진되는 게 아닐까?

기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중국의 강력하고도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다. 시진핑 체제는 북·중 관계의 악화 위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를 비판하고 또 제어하려고 노력해왔다. 시진핑은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북한을 설득해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약속도 받아놓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6자회담이 열리면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비핵화 진전을 위해 북한을 압박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이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할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중국의 입장에선 한미 양국의 이러한 태도가 적반하장으로 비춰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중간의 신뢰 구축은 고사하고 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험도 커진다.

단언컨대,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진전 의지는 6자회담이 열리면 확인될 수 있다.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방기한 채, 사드 타령만 하고 있는 한미 양국이 안타깝고 한심하기만 하다. 중국을 욕하기 전에 과연 우리가 우리의 할 바를 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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