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입 기자 시절 처음 만났다. 당시 민주당 출입기자와 정동영 당시 민주당 의원 보좌관으로 알게 됐다. 어떤 일로 처음 인사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국회에서 만나게 된 인연 가운데 강력한 기억 속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 기억의 대부분은 주로 '낮술의 추억'이다. 이상하게도, 저녁에 만난 기억은 없다. 항상 같은 곳, 국회 앞 한 중국집에서, 항상 탕수육에 '소맥'으로 점심을 먹었다.
또 한 가지, 그는 국회 보좌관들이 잘 부탁하지 않는 '엉뚱한' 내용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전화를 많이 걸어왔다. 주로 정치 현안이 아니라 사회 현안에 대한 얘기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언론이 크게 호기심을 느끼지 않는 그런 현장이었다.
'이 주의 조합원'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그는, 장형철(41) 비서관이다. 지금 소속은 국회가 아니라 이재명 성남시장 비서실이다. 장형철 조합원은 길지 않은 프레시안협동조합 역사지만, 그 중에서도 '새내기 조합원'이다. 지난해 10월 조합원이 되었다. "왜 가입하셨어요?"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강압과 협박 때문이었죠.(웃음) 그것도 술 자리에서."
'강압과 협박'을 조금 더 일찍 했어야 했구나, 자책감이 밀려왔다. 그 자책감에 다음 질문을 머뭇거리는 찰나, '유능한 비서관'님의 '현안 브리핑'이 쏟아졌다. 막을 틈이 미처 없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검찰 출석과 관련된 얘기였다.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신문>이 2012년 5월, 이재명 시장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김미희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단일화의 대가로 청소용역 사업 특혜를 약속했고 실제 줬다는 보도를 했다. 이재명 시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서울신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서울신문이 무고 혐의로 이 시장을 맞고소했다는 것이다.
장형철 조합원은 "특혜 의혹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른바 경기동부연합 쪽에서 운영한다고 알려진 '나눔환경'이라는 청소용역업체는 시민주주기업으로 70여 명의 주주 가운데 일부 통합진보당 당원이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재명 시장이 당선된 이후 청소 노동자들의 월급은 너무 작은데 청소 업체에 나가는 돈은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용역이라는 구조를 확인해 봤고, 이 '알짜 사업'을 실제 청소 노동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시민주주기업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이 주주인 기업으로 용역업체를 바꾸기로 한 거예요. 공고를 내고 입찰에 응한 10여 개 업체 가운데 심사위 심사 결과 나눔환경이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그래서 선정된 거죠."
실제 시민주주기업이라는 아이디어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도 "청소업체 시민주주기업은 행정학 교과서에도 없는 획기적 제도"라며 극찬했고, 이후 전국 공무원들이 성남시에 이른바 '견학'을 왔다고 했다.
나눔환경이 이석기 전 의원의 '혁명조직(RO)' 돈줄이라는 의혹을 담은 보도는 최근에도 나왔다. 일부 주주가 전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장형철 조합원은 "그런데 나눔환경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국비 지원을 받았고, 박근혜 정부도 여전히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눔환경이 받고 있는 지원금의 70%가 국비라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결국, 국비로 RO의 자금을 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석기 전 의원 등의 자금줄로 성남시 청소용역업체가 또 거론되고, 이미 몇 차례 수사를 해 놓고도 이재명 시장을 검찰이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종북몰이"라는 것이 이 시장 측의 주장이다. 문재인·박지원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이 총출동해 "이재명 시장에 대한 정치적 이념적 핍박"이라며 '발끈'한 것도 같은 이유다.
청와대 국회 이어 지방자치단체까지…화려한 '스펙'을 꿰뚫는 한 가지는?
정신을 차린 것은 나눔환경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한참 더 들은 후였다. 다시 '이 주의 조합원'으로 돌아가야한다. 이재명 시장과의 인연의 시작점을 물어봤다. 2007년 대선 때 만났단다. 장형철 조합원은 당시 정동영 대선 후보 캠프의 '가족행복위원회' 실무자였다. 이재명 시장은 후보 비서실 차장이었다.
대선 패배 후에도 정동영 전 의원을 보좌했던 그는 2012년 총선을 끝으로 백수가 됐고, 이재명 시장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이다. 그의 삶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정동영 캠프에 들어가기 전에는, 2004년부터 1년 여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도 일했었다. 청와대 관람과장으로 "주말 개방을 제안해 관철시켰고 온라인 신청 시스템도 처음 만들었다"며 그는 웃었다. 청와대 업무혁신태스크포스(TF) 업무도 했단다.
그 전에는? 열렬한 '노사모 회원'이었단다. 대학 졸업 직후에는 부산에서 "중소기업 지원 봉사단"이라는 시민단체 간사를 했다고 했다. 장형철 조합원은 "개별 분야의 문제를 고치는 것도 중요한데 그 모든 것들이 다 얽혀있는 것 아니냐"며 "결국 정치를 통한 변화를 고민하다가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노사모 회원이 될 때, 심지어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단다.
그의 삶의 시간을 거슬러 따라 올라가면서, 그의 여러 선택들의 중심에는 늘 "세상을 바꾸고 싶다"가 있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청와대, 국회, 지자체까지… "다양한 층위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그는 그 여러 곳 중에 어디서 일하는 게 제일 좋았을까?
"좋다기 보다는 각각 다른 특성이 있어요. 청와대는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가지는 곳이지만 현장의 삶과는 약간 거리가 있죠. 국회는 입법과 정치활동이 중심이구요. 지자체는 실제 시민들이 겪는 삶의 문제가 집중되는 곳이니 여러 층의 의미 있는 제안을 할 수가 있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가장 최근에는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였죠. 마음도 너무 아팠고, 사고나 재난 등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실감나게 배웠어요. 분당 서현동 보호관찰소 문제도 생각 나네요. 아직 완벽하게 해결은 안 됐지만,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행정 때문에 생긴 문제를 '민관 협치'의 방식으로 풀기 위한 틀을 만드는 과정 중이예요."
"프레시안, 유능한 경영하는 협동조합 되었으면"
다시 프레시안 얘기도 돌아갔다. 프레시안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그 질문을 던지기 전에는, 장형철 조합원이 신문방송학을 대학에서 전공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지 못했었다.
"언론에 대한 나름의 전망을 가지고 전공을 선택했던 건데, 실제 언론은 제 머릿속 언론과는 달랐어요.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제일 열심히 했던 활동도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조아세)'이었거든요. 천안 독립기념관에 있는 조선일보 윤전기 들어내기 운동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프레시안은 제가 지향하는 사회와 가장 맞는 언론 중 하나죠. 보수 언론에 의해 묻혀지는 수 많은 의제들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제기해주는 것이 항상 고맙습니다."
아쉬운 점도 없을 리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프레시안의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그런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지만, 어느 새인가 약간 위축됐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협동조합으로 바꾸는 것을 보고 좋은 실험이다 싶었는데 그 실험이 '확산'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비록 몇 개월 되지 않은 조합원이지만, 조합원으로 바라는 점이 있을까?
"유능한 협동조합이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경영의 측면에서도요. 누군가 희생해야 하는 운동의 차원이 아니어야죠. 자본주의를 대체하진 못해도 견제할 수 있는 흐름이 되려면, 유능한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자도, 진심으로 마음 깊이 바라는 바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는 그의 지적에도, "조합원들이 스스로 소속감이 들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에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움을 감추려 급하게 물었다. 요즘 제일 큰 관심사는 어떤 거냐고.
"연애?!"
한참 어린 여자친구와의 연애로 인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란다. '뜨거운 연애'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가 연결되는 문제였던가? 생각해보니, 장형철 조합원은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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