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김수현·이민호 앞에 이태백이 있었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에서의 한류와 그 기원

갈수록 더해지는 중국에서의 한류 열풍에 중국 정부가 각종 규제를 걸고 나섰다고 한다. 십여 년이 지나도 인기가 식지 않으니 모종의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이민호와 김수현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어겨서라도 광고와 드라마에 모셔가려고 열띤 경쟁을 보인다고 한다. 이처럼 당분간 중국 정부의 규제도 한류의 열기를 식히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런 한류는 현대에 들어 갑작스레 나타난 '기현상'일까? 과거 '대국; 중국의 옆에서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며 발전을 도모했던 우리이지만,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문화가 중국으로 수출되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한류의 '조상'격이 되는 두 가지에 관한 짤막한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당나라를 풍미한 고구려무(高句麗舞), 그리고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

중국 정사인 <삼국지(三國志)·위서(魏書)·동이(東夷)·고구려전(高句麗傳)>을 보면 고구려에 대해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밤이 되면 남녀가 무리를 이루어 놀며, 귀천의 구별이 없다(好歌舞,夜則男女群聚而戲,無貴賤之節)"라고 기록해 두었다. 선조들의 '음주가무'에 능한 유전자는 현재에도 이어져 우리의 비보이, 댄스그룹 등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중 고구려의 춤사위인 '고구려무'(高句麗舞)는 한류의 '선조'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이 고구려인들의 춤을 보고 직접 시를 지을 정도이니 가히 당나라에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고구려(高句麗) 이백(李白)

금꽃으로 장식한 절풍모를 쓰고 백마는 조금 늦게 도네(金花折風帽,白馬小遲回)
넓은 소매 너울너울 춤추니 마치 해동에서 온 새와 같구나(翩翩舞廣袖,似鳥海東來)
접선(摺扇)으로 멋을 더한 중국인들

다음은 중국에 영향을 끼친 우리의 패션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움을 간직한 장식품이었던 '접선'(摺扇, 혹은 쥘부채, 중국에서는 절선(折扇)으로 표기)이 바로 그것이다. 접선은 현재도 사용하는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로서 그 발명에 관해서 현재 몇 가지 설이 있으나, 중국식 표기인 '절선'(折扇)이라는 단어가 송대에 들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려 시대에 북송으로 전파된 것을 정설로 보고 있다.

접선이 대유행하게 된 시기는 명나라 초기 영락제 때이다. 영락제는 조선에서 진공(進貢)한 접선에 매우 반하여 곧바로 황실 장인들에게 명령하여 접선을 만들도록 하였다. 하지만, 역시 'Made In Korea'의 파워인가. 영락제는 명나라에서 스스로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조선에서 접선을 보내도록 요청했고, 명에서 오는 사신들도 접선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접선은 이처럼 귀족층에서 인기였고, 곧바로 민간에서도 대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중국 전통적인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홍루몽>(紅樓夢)에도 접선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중국의 한류에 대한 배척, '까오리빵즈(高麗棒子)'

한국의 문화가 중국에서 성행함과 동시에 이를 혐오하는 현상도 존재하였다. 특히 용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우리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을 비하하는 말이 있듯이 중국도 싫어하는 외국을 비하하는 용어가 있다. 중국과 가장 관계가 안 좋은 일본은 '구이즈'(鬼子)라고 하고, 다른 나라들은 보통 국호 앞에 '작다, 추하다'를 나타내는 '샤오'(小)를 붙여 혐오감을 나타낸다. 우리를 비하하는 전문적인 용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려의 중국 발음인 '까오리'(高麗)와 '몽둥이'를 뜻하는 '빵즈'(棒子)를 합한 '까오리빵즈'이다. 이 단어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이미 타계한 중국의 사학자 나계조(羅繼祖) 선생은 저서 <풍창좌어>(楓窓脞語)에서 아래와 같은 언급을 한 적이 있다.

해방 전(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 조선인과 한국인을 부를 때 '까오리빵즈'라고 불렀는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해방 후에는 듣기 좋은 호칭이 아님을 알고 사용을 금지했다.(중략)왕일원(王一元)의 <요좌견문록>(遼左見聞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조선의 사신과 종자(從者) 외에 달리면서 허드렛일을 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을 '빵즈'(棒子)라고 부른다. 그 나라(조선)의 아녀자가 음탕한 행위를 하면 관기(官妓)에 처해지는데 그들이 낳은 아이를 '빵즈'(棒子)라고 하며 무시한다. 머리는 흐트러져 상투도 틀 수 없으며, 만리를 걸어도 말을 탈 수가 없다. 풀을 엮어 땅바닥에 누우며 온돌에 누울 수 없다. 무릇 그 나라의 천하고 노역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사생아가 되고 대대로 세습하여 하나의 계층을 이루었는데, 마치 우리 절강성의 '타민'(墮民, 중국의 원명청 시기 무시 받던 절강성의 일부 평민, 천민과 비슷한 개념)과 비슷하다“

왕일원의 <요좌견문록>은 약 강희 50년(1711)에 작성된 것으로 여겨져 '까오리빵즈'라는 비속어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비속어가 현재 중국 인터넷에서 반한자(反韓者)들에 의해 남용되고 있으며, 갈수록 도를 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류와 같은 문화콘텐츠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 등 수많은 분야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실례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즉 '요우커'(遊客, 관광객의 의미)들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한국에서 쇼핑 등에 쓰는 돈 역시 만만치 않다. '몐즈'(面子, 체면)와 '꽌시'(關係, 인관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멀리까지 관광 와서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줄 선물을 안 살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꼼꼼하게 여기저기 다니며 비교해서 간신히 하나 살까 하는 일본인과는 달리 중국인들은 '이거 이거 이거 싸주세요'라며 고가의 많은 물건들을 단 몇 분 만에 사버리는 무시무시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류가 중국에서 성행하는 반면에 우리를 '까오리빵즈'라며 혐오하는 이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지갑을 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우커'들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이들을 통해 보다 나은 한중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이 좋아서 온 중국 및 여러 나라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고 그들이 또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기억을 다른 이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관계 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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