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자격 요건이 미달하는 의료법인 두 곳에 영리 자법인(자회사) 설립을 국내 최초로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복지부 스스로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7일 공개한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관련 복지부 장관 인정(허가) 검토 보고' 자료를 보면,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8일과 19일에 서울 송파구 참예원의료재단과 경기 부천시 혜원의료재단의 영리 자법인 설립 신청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노인전문병원 두 곳과 강남구립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참예원의료재단은 의약품·의료기기 연구 개발과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관광 등을 위한 자회사 설립 허가를 신청했고, 세종병원을 운영하는 혜원의료재단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자회사를 세우겠다고 신청했다.
문제는 이 두 곳이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자격 미달' 의료법인이라는 점이다.
앞서 '의료 민영화' 논란을 막는다며 복지부는 영리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의료법인의 요건을 '성실공익법인'으로 제한한 바 있다. 성실공익법인이 되려면 운용 소득의 80%를 공익사업에 쓰고, 부당 내부 거래를 제한하고 결산 서류를 공개하는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들 두 의료법인은 현재 기획재정부에 성실공익법인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 복지부는 나중에 '성실공익법인' 확인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자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이는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해야 자법인을 세울 수 있다'던 복지부가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고 김 의원은 비판했다.
복지부는 2013년 12월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당시, "성실공익법인 요건이 기본적인 자법인 남용방지 장치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보건의료단체들은 "현재 병원은 100% 비영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의료법인이 성실공익법인 인증을 받기는 쉬울 것이며, 이는 자법인 남용 방지 장치가 될 수 없다"고 반발했으나, '성실공익법인 자격 요건'은 지난해 6월 복지부가 만든 '자법인 설립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된 바 있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스스로 정한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않고 영리 자법인을 서둘러 허가한 것은 기재부 등의 압력에 밀려 실적을 내려 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지난해 9월 허가를 철회한 중국계 영리병원 '싼얼병원' 사례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제주도가 복지부에 허가를 신청한 '싼얼병원'은 국내 영리 병원 1호로 불렸지만, 중국계 모회사가 '유령회사'임이 밝혀져 국제 망신을 산 바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후 확인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한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위반은 아니다"라며 "이후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 의료법상 모법인인 의료법인을 지도 감독하고 경제적 제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조건부 허가를 해도 된다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설립된 영리 자법인(자회사)은 복지부가 직접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부여한 의무) 불이행 시 의료법인 설립을 취소하고, 자법인에 대한 모법인의 주식 취득에 대해 제재할 수 있지만, 자법인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며 "애초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모법인을 통해 자법인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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