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26일 최근의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자꾸 '세금 안 올린다'는 얘기만 하다가 슬쩍 올리는, 나쁘게 말하면 꼼수 같은 걸 써서 (세금을) 올리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얘기다.
장하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과정에서 국민들한테 '이렇게 해야 하니까 몇 달 후에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올리도록 합의를 하자'는 식의 합의 과정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장하준 교수는 또 "자영업자 중 상대적 고소득자가 많은데 그 소득이 잡히지 않아 월급쟁이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문제가 있고, 법인세도 깎아줘 세수가 모자라니 일반 국민한테 걷어내는 식"이라며 "'조세부담이 과연 공평하게 가는가?'에 대해 국민들이 지금 불만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기업활동 장려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지금 경제가 잘 안 되고 있는 나라들 중에 불가리아나 파라과이처럼 법인세가 10%대인 나라들도 있는데 기업들이 그런 나라 가서 투자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처럼 법인세가 8%인 나라도 있는데 지금 (우리가) 그런 나라와 경쟁하려고 또 더 낮춰야 한다는 건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복지지출 확대 위해서는 부자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세금 더 많이 내야"
장하준 교수는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증세 자체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전 국민이 다같이 세금을 더 내고, 복지혜택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를 하려면 (부자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며 "중요한 건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조금 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GDP 대비 복지지출이 10% 선인데, 선진국 중 복지규모가 작다는 미국도 GDP 대비 20% 정도이고 유럽은 대부분 25%, 많은 나라는 30~35%까지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우리도 복지지출을 대략 2배나 늘려야 한다는 얘기"라며 "자꾸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조세감면 줄이고 남은 잔돈으로 복지하겠다'고 하는데, 기본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제도 취약한데 비정규직만 늘린다니 저항도 센 것"
또 하나의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장하준 교수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처우도 개선하고 국제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교수는 "네덜란드나 핀란드는 우리나라 정도는 아니어도 비정규직 비율이 꽤 높지만 이 나라들은 복지제도가 잘 돼 있어 큰 문제가 안 되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도 기본 생계가 보장이 되는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만 자꾸 늘린다고 하니 저항도 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