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학살 진실 밝혀져야 '죽음의 땅' 벗어나"

[현장] 용산참사 6주기 추모예배 옛 남일당 터에서 열려

"내 백성아, 그 도시에서 떠나거라. 너희는 그 도시의 죄에 가담하지 말고, 그 도시가 당하는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하여라. 그 도시의 죄는 하늘에까지 닿았고, 하나님은 그 도시의 불의한 행위를 기억하신다." (요한계시록 18장 5절)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옛 남일당 건물 터. 6년 전 이곳에서는 건물도 스러지고 사람도 스러졌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참사'라 불렀다. 그러나 이 참사의 원인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산 참사 6주기를 5일 앞둔 15일, 사람들은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며 성경 구절을 읊었다.

▲15일 서울 용산구 옛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6주기 추모예배에 참석한 용산참사 유가족과 기도교 신도, 일반 시민들이 함께 성경 구절을 읽고 추모 기도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용산 참사 진상규명 못해 세월호 아픔 또 겪어"

이날 오후 옛 남일당 터에서는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주최로 용산참사 6주기 추모예배가 열렸다. 공터로 변한 '학살'의 땅 위에서 사람들은 국화꽃과 촛불을 들었다.

예배 참가자들은 다 함께 요한계시록을 읽었다.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는 "요한계시록 속 핍박받는 이스라엘 민중과 용산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이 나라 민중의 모습이 닮아있다"며 성경 메시지를 전했다.

"요한계시록에는 국가권력으로부터 받은 핍박과 압제에 대한 분노, 복수심, 세상에 대한 증오,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기도와 새로운 통치에 대한 갈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또한 새 하늘과 새 땅을 노래하면서 인간의 자본과 야망에 갇혀있는 상태서 벗어나라고 합니다.

성서에서 '엑소더스(Exodus)'는 길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이야기는 성문 안의 주류가 아니라 성문 밖 유배된 자들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진리를 믿는다는 것은, 어둠이 우리를 짓누른다 하더라도 예수께서 보여주신 성문 밖 길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고백입니다."

신도들과 시민들은 용산 참사를 기억해야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최헌국 촛불교회 목사는 "세상에는 진상을 규명할 게 너무나 많다. 용산 참사의 진상규명을 이루지 못해 세월호의 아픔을 또 겪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며 "하루빨리 용산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힘차게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서울제일교회 전도사 또한 "6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쌍용차, 밀양, 기륭, 스타케미컬, 광화문 장애인농성장 등 많은 농성장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 씨. ⓒ프레시안(최형락)

"여기, 사람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 전재숙 씨도 함께했다. 전 씨는 "저희의 마음은 2009년 1월 20일 멈춰있지만 세월은 흘러 또 이 자리에 섰다"며 "이곳은 그분들이 살고자 외치던 자리. 그러나 지금 이곳은 용역 깡패들이 돈을 받아 배를 불리는 자리"라고 했다. 이어 "사람을 죽인 김석기(사고 당시 서울경찰청장)는 공항공사 사장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며 "책임자인 이명박, 김석기를 구속시키고 죽어간 남편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유가족이 해내겠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추모 예배가 끝난 뒤 손에 든 국화꽃과 촛불을 철 울타리에 꽂았다. "용산 학살의 진실이 밝혀질 때 이 땅은 죽음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여기, 사람이 있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 스티커 등도 붙였다.

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회는 오는 16일에는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용산참사 6주기 추모문화제를, 17일에는 서울시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김석기 퇴진 촉구 기자회견 및 공항 집중 선전전을, 20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열사묘역에서 묘역 참배 및 추모제를 연다. 또 참사 당일인 20부터 25일까지는 서울시 시민청 갤러리에서 추모전시회를 열고, 22일에는 서울 영등포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 제3회의실에서 '추모토론회_임차상인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연다. 28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추모미사를 연다.

▲예배가 끝난 뒤 국화꽃을 철 울타리에 꽂는 추모기도회 참가자. ⓒ 프레시안(최형락)
▲추모예배가 열린 옛 남일당 터 뒤로 고층건물들이 늘어서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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