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의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인가?

[정욱식 칼럼] 제재가 목적인 미국, 제재를 풀어야 하는 한국

한마디로 '공동의 적'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1월 13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북한 청문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 정치가 양극화되면서 '정치적 불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오바마 행정부와 미국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파적 갈등은 극심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두고는 행정부와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북한을 성토하고 제재를 다짐하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13일 의회 청문회는 그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초당적 협력이 눈부실(?) 정도이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위원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월 초에 발동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환영하면서도 "우리는 사실상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아시아 및 전 세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과 거래하는 아시아 및 전 세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법안을 조만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의원은 소니 해킹의 주범으로 북한을 가리키면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공화당의 로스-레티넨 의원과 함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을 발의한 인물이다.

이렇듯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넘쳐났지만,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협상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청문회에 출석한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불법행위를 하는 데 따른 비용을 높이고 국제적 의무와 규범을 준수하도록 가용한 수단을 전면적으로 동원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 13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위원장 에드 로이스)가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 ⓒAP=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성 김이 관련국들의 제재 동참과 남북관계 속도 조절의 필요성도 언급했다는 데에 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 매우 제한적인 경제적 교류를 하는 만큼 대북 제재는 관련국들이 동참할 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뭘 바라느냐를 두고는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 빛 샐 틈이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주요한 진전은 오로지 비핵화와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진전없는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재확인하려는 화법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비핵화 진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아니다. 성 김은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로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을 두고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우리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거부하며 북한이 조기에 가시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며 네오콘의 화법을 그대로 재연했다.

이러한 미국 내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오바마 행정부는 남은 임기 2년 동안 한반도 비핵화 및 북·미 관계 개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부시 행정부 1기 때처럼, 대북 제재와 봉쇄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미사일방어체제(MD)를 비롯한 한미일 군사동맹에 박차를 가하면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지난 50년간 봉쇄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미국과는 달라야 한다. 5.24 조치 및 금강산 관광 사업 중단에 잘 보여주듯,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한국의 대북 제재는 북한도 아프게 하지만 우리에게 더 큰 비용과 희생을 초래하고 있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해야 할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연말연초에 초강경 대북 기조를 분명히 한 오바마 행정부는 곧 한국과 일본도 다잡으려고 할 것이다. 성 김도 1월 내에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가진 뒤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대북 제재 및 봉쇄 기조를 분명히 하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의도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와 봉쇄를 지지하고 동참하게 되면, 이미 위축된 미국 내 협상파의 입지는 아예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남북대화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오히려 정부는 미국에 세 가지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첫째,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이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책무는 한국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둘째, 한미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되 최대한 '로우키'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핵 타격 수단 반입은 자제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셋째, 이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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