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새정치연합 탈당하고 신당 참여 선언

"가는 길 다르다"…野 당권주자들 "前대선후보가…", "명백히 잘못"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신당 참여를 선언했다. 정 고문은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당. 현 새정치연합) 후보였고, 노무현 정부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 장관 등 요직을 지냈던 인물이다.

정 고문은 1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저는 오늘부터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이 최근 요구한 시대적 요청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했다. 국민모임은 김세균 서울대 교수, 함세웅 신부, 명진스님, 김영훈·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 새 진보정당 뜨나…'정동영 영입설' 관심)

정 고문은 "한국사회의 대표적 민주·진보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촉구한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소명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며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좋은 정치, 좋은 정당의 출현에 밀알이 되고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이 길이 저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가시밭길이고 바람 부는 광야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저의 '합리적 진보' 실천은 새정치연합에서 좌절했다"고 당을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제가 실현하고자 했던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아니다. 당헌과 강령에서 제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구해 왔던 진보적 가치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것.

그는 "민주당은 저에게 정치적 뿌리이자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품"이라면서도 현재의 당에 대해 "중도 우경화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이런 가치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여당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보면서, 야당 정신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협상하는 야당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을 이어갔다.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4월 재보선 출마설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앞서 국민모임은 지난 7일 재보선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었다. (☞관련기사 : 국민모임 4월 재보선 '적극 대응')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밀알이 되겠다"고만 답했다.

그는 기자들로부터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등 당의 혜택을 입었는데 탈당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가는 길이 다르다"며 "지난 5~6년간 당을 합리적 진보로 이끌기 위해 실천했으나 모든 게 물거품이 돼서 이제는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고 잘라 말했다.

정 고문의 기자회견에 동행한 김성호 전 의원은 자신들 둘 외에도 임종인·최규식(새정치연합), 유원일(전 창조한국당), 최순영(전 민주노동당) 전 의원 등이 국민모임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文 "당내에서 노력해야지…", 朴 "대선후보가 탈당? 대단히 유감", 李 "명백히 잘못"

새정치연합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새정치연합은 한정애 당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내셨던 정 고문이 당을 떠나신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금은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일정을 진행 중이다. 한 대변인은 "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합하는 것을 지켜보고 힘을 보태는 모습을 국민은 더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정 고문을 비판하는 한편, "우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 고문을 기다리겠다"고 여지를 뒀다.

차기 당권주자 3인방도 불편한 심경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은 "한마디로 안타깝다"며 "그 분이 바라는 만큼 당이 진보적 노선으로 가지 않더라도, 당 내에서 당을 진보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대통령 후보를 지내신 분이 탈당했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내년 총선과 2017년 정권교체를 앞두고 '모이는 정당'이 돼야 하는데, '떠나는 정당'이 돼 참으로 가슴 아프다"고 했다. 단, 박 의원은 "이 분이 떠난 것은 우리 내부에 계파 갈등이 너무 심했던 것 아닌가 깊게 반성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인영 의원은 "탈당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이 의원은 "우리는 모두 각자가 있는 곳에서 혁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쉬운 곳에서 혁신하는 것보다 어려운 곳에서 혁신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며 "마땅히 여기 남아서 혁신하는 길에 함께 했었어야 한다"고 정 고문을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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