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에게 전달한 단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정윤회 문건'은 커다란 정치적 파장과 함께 이번 검찰 수사를 촉발한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을 다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 보고서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던 문건의 또 다른 유포 경로가 확인되면서 문건 내용 진위와 유출 과정 등 사건의 전모가 대부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조 전 비서관의 혐의사실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박관천 경정은 올 1월 6일 정씨가 '십상시'로 일컬어진 청와대 비서진 10명과 정기적으로 비밀 회동을 열고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
이 의혹은 검찰 조사를 통해 '허위'로 결론난 상태다.
박 경정의 상급자였던 조 전 비서관은 문건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 이를 박 회장의 측근인 전모 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감찰 업무를 맡고 있던 조 전 비서관이 업무 중 입수한 동향 정보를 제3자인 박 회장에게 누설한 것으로 판단하고 박 경정의 공범으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박 회장도 지난 23일 검찰 조사에서 '정윤회 문건'을 조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6일 조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정윤회 문건'을 박 회장에게 건넸는지와 그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10여 건의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반출하는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박 경정은 검찰 조사에서 상급자였던 조 전 비서관이 문건 반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사실상 이를 지시 내지 묵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는 문건은 청와대 안에 기록물로 보관하거나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도록 해야 하지만 박 경정이 법을 어기며 청와대 밖으로 들고 나오도록 놔뒀거나 종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간의 검찰 수사로 밝혀진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는 한 갈래였다.
작성자인 박 경정이 경찰로 복귀할 시점인 지난 2월 청와대 밖으로 문건들을 반출했고, 그의 새 근무지였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한모 경위가 박 경정의 개인 짐에서 이들 문건을 빼돌려 언론사 등에 유포했다는 것이었다.
'문서 유출 사고'로 마무리되는 듯한 이번 사건에서 박 경정이 왜 이런 문건을 작성·반출했는지, 이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이 박 경정의 구속 기간을 연장하며 진행한 보강 수사 과정에서 '박 경정→조 전 비서관→박 회장'이라는 새로운 문건의 유출 경로 정황을 확인함으로써 이런 의문점을 풀어낼 만한 열쇠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유출 행위가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 사이의 친분,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상·하급자였던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사이의 공통된 이해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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