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꿈꾸며

[민주주의자 김근태 3주기 추도문]

지난 2011년 12월 30일 타계한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3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27일 오후 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서 200여 명의 민주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우원식 의원의 추도문을 옮겨 싣는다. 고인의 민주화운동 후배인 우 의원은 지난 26일부터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의 해고자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는 연좌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

존경하는 김근태 의장님, 아니 사랑하는 근태 형을 떠나보낸 후 그 겨울이 다시 올 때마다 주먹을 더욱 꽉 쥐게 되고 눈빛은 더없이 날카로워집니다. 시린 겨울바람 때문에 몸이 움츠러질 만도 한데, 근태 형이 남긴 유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태해지지 말자고 더욱 다짐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말하며 당신을 으스러지게 다시 한 번 껴안고 싶습니다. 형님께 가야 할 길을 묻고 싶고, 우리가 꿈꾸던 그 길을 다시 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러나 서럽게도 당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사무치게 그리워도 그립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벗들이 그리던 그 세상이 아주 멀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의 가슴속엔 그 실체가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근태 형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근태 형, 어제도 오늘도 저는 109명의 노동자들과 함께 차디찬 길거리에서 '사람이 전부'인 세상을 외쳤습니다. 그곳엔 두 사람의 노동자가 25미터 광고탑에 올라 '여기 사람이 있다'며 45일 동안 생을 걸고 맞서고 있습니다.

사람을 비용과 이윤의 도구로 삼고, 필요하면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탐욕에 맞선 노동자들입니다. 독재로 치닫는 권력과, 돈벌이에만 눈이 먼 자본이 만들어내는 천박한 세상에 맞선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탐욕으로부터 지켜내는 것!

이들의 인격이 존중받고 존엄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

불공정하지 않게, 일한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 형님과 우리의 정치며, 꿈꾸던 세상의 실체입니다.

형님은 형님의 온 생으로, 매 순간 가냘픈 육신의 모든 힘을 다해,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거리에서 눈물 흘리던 많은 이들을 따뜻한 당신의 넓은 가슴으로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 유지를 지켜내겠습니다.

여기 모인 형님의 벗들은, 모두가 저마다 또 다른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꿈꾸고 있습니다.

당신의 삶의 전부를 걸고 던졌던 민주주의와 통일의 과제들을 붙들고 싸우겠습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들겠습니다. 근태 형이 가르쳤던 사회적 대타협의 길에서 민주주의의 신념으로 공동체를 더욱 굳건히 하겠습니다.

지쳐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형님이 남기고 간 외침들이 때로는 뜨거운 태양처럼, 때로는 추상같은 서릿발처럼 우리를 질타하는데, 어찌 나태하고 어쭙잖은 타협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생각하며 늘 깨어 있겠습니다. 새벽에도 잠들지 않겠습니다. 또 다른 세월호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깨어 있겠습니다.

이제 또 새로운 세상을 그리며 우리는 돌아갑니다. 영원히 청년인 김근태, 그 이름 석 자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며, 저마다 열 명의 김근태, 백 명, 천 명의 김근태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그립고 그립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영원하소서, 김근태 형이여 영원하소서!

2014년 12월 27일 후배 우원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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