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조사위원 "생태 분야 총체적 부실" 소신 발언

주기재 교수 "자전거길 700km 만들면서 생태계는 고려 안 해"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는 23일 "4대강 사업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총평했다.

조사위원회는 이날 "보에 균열이 가고 물도 새고 있지만, 보 안전에는 문제없다", "보 설치로 녹조가 생겼지만, 4대강 전체 수질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 "물 부족 지역과 보 설치 지역이 불일치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 확보에 도움이 됐다"는 등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라는 식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조사 결과에 대해 환경단체가 '부실 조사'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4대강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발표를 맡은 주기재 조사위원(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의 소신 발언이 눈에 띈다.
주 위원은 4대강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생태를 고려한 적 없는" 생태 하천, 생태공원 사업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 위원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 4대강 이포보. ⓒ프레시안(김윤나영)

- 4대강 사업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총평하면 어떤가?

주기재 : 생태계, 생물 분야에서 '총체적 부실'이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상으로는 "생태 축을 고려한다, 생태를 복원한다"는 등 다양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는데, 정작 환경영향평가가 20~30일 정도에 단축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낙동강에만 둔치가 5000만 평이 있었는데, 4대강 공사로 인해서 하안(강기슭)이 단순화됐다. 둔치 1000만 평 정도가 사라졌다. 하중도(하천에 생긴 퇴적지형)도 166만 평이었던 게 100만 평으로 줄었다. 그럼 마스터플랜에서 왜 '생태 복원'이라는 화두를 던졌나? 차라리 수변 공원이라고 했으면 나았을 것이다.

생태공원도 획일적으로 조성됐다. 시골에 가도, 도시에 가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4대강 사업이) 생태에 미치는 잠재력을 면밀히 조사하고, 상위 개념을 도출한 뒤, 각론에서 구획했어야 한다.

원래 마스터플랜에는 낮은 곳은 낮게 해서 습지 적응 생물이 살게 하고, 높은 곳(둔치, 고수부지)에는 인간 활동으로 활용하자는 개념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 공사가 급하게 진행되면서 표준화되고 동일한 생태공원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이 부지 소유주는 국토부이고, (생태계 영향에 대한) 걱정은 환경부가 하고 있다. 이런 혼재된 상황은 우리 국력에 안 맞다. 하나의 컨트롤타워가 1억만 평 전부를 관리해야 한다.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았던 이유는 환경부와 국토부로 이원화된 관리체계에 있다고 본다.
- 4대강 사업은 생태 측면에서 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라는 얘기인가?

주기재 : 그렇다. 섬세하지 않았다.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섬이 있다면 (4대강에 사는 동물들에게) 포식자(인간)를 피하게 해주는 배려가 필요한데, 전체적으로 그런 섬세함이 없다. 이 지역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산다면 배려해주고, 삵이 있다면 생태 통로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자전거 길 700킬로미터를 만들면서 생태를 고려한 적은 없다.
다만, '복원'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4대강에)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산책로가 무지하게 많다. '방치'를 통해서도 자연에 돌려줄 부분은 돌려줘야 한다. '재자연화'라고 해서 자연에 돌려줘야 할 부분도 있지만.

- 큰빗이끼벌레가 늘어난 이유는 4대강 사업 때문인가?

주기재 : 개인적으로 보기에 큰빗이끼벌레의 번성은 보가 물을 정체시켜서 유도했다. 보로 인해 나뭇가지가 침수돼 서식처가 많이 조성됐다.
- 조사하는 데 자료가 없어서 생긴 애로사항은 없었나?

주기재 : 4대강 사업 전과 후를 비교해야 하는데, 전이 없었다. 비포(before)가 없는데 애프터(after)를 어떻게 진단하겠나? 840킬로미터의 생태 하천이 조성됐다고 표현됐는데, 애매한 수준에서 과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생태 하천 안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안 해도 될 사업도 하고, 꼭 해야 할 사업은 누락됐다. 인간을 위한 것도 아닌, 생물을 위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로 사업이 종결됐다.
-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나?

주기재 : 지천이나 본류에서 이뤄지는 생태 하천, 생태공원 사업을 일단 국가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단위 사업비가 100억~500억 원씩이지만, 이런 돈들이 모이면 수천억 원이 된다. 지천 문제가 개선돼야 본류가 개선됨에도, 본류에 집착하는 것은 '실핏줄은 놔두고 정맥, 대동맥만 손보는' 꼴이다. 수질이나 생태계 건강성 측면에서 보면, 생태 하천, 생태공원 분야는 국토부든 환경부든 전면 중단하고, 재검토한 후에 예산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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