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 전 술 마신 조현아…폭행 진짜 없었나?

쏟아지는 증언들 "어깨 밀고 파일 던지고"…대한항공은 '입막음' 급급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에 대해 사과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는 조현아 전 사장이 탑승 전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했고,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조 전 사장의 지시로 항공기에서 내린 박창진 사무장도 언론을 통해 입을 열고 "치욕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현아는 '폭행 처음 듣는 얘기'라지만…피해 사무장 "이런 치욕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의 조사 전후로 취재진과 만나서는 폭행 등에 대해 부인했지만,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심한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는 증언은 이어지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지난 12일 <KBS>와 인터뷰를 통해 조 전 사장이 폭언과 폭행을 했고, 사건 이후 대한항공은 자신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은 "땅콩을 제공하려던 여승무원을 대신해 기내 서비스 책임자인 자신이 용서를 구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심한 욕설을 하며 매뉴얼 내용이 담겨있는 케이스 모서리로 자신의 손등을 수차례 찍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무릎 꿇린 상태에서 모욕을 줬고 삿대짓을 계속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었다는 것이 박 사무장의 주장이다.

박 사무장은 "이런 모욕감과 인간적 치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조 전 부사장이) '당장 연락해서 비행기 세워. 나 이 비행기 못 가게 할 거야'라고 말을 하는 상황에서 내가 감히 '오너의 따님'인 그분의 말을 어길 수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KBS


해당 비행기의 일등석에 앉아 있었던 박모(32) 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박 씨는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과 만나 "무릎을 꿇은 채 매뉴얼을 찾는 승무원을 조 전 부사장이 일으켜 세워 위력으로 밀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의 바로 앞자리에 앉았던 승객이다.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이) 한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 한쪽을 탑승구 벽까지 거의 3m를 밀었다"며 "승무원에게 파일을 던지듯이 해서 파일이 승무원의 가슴팍에 맞고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험악한 분위기 항의하니 모형비행기와 달력 보내준다며 '사과 잘 받았다 얘기해달라'"

대한항공이 사건의 당사자 뿐 아니라 당시 탑승했던 승객들에게도 입막음을 시도한 사실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박창진 사무장은 사건 직후 대한항공 직원들이 매일 집까지 찾아와 "사무장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조 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을 한 적은 없고 자신이 스스로 비행기에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승객 박모 씨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박 씨는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스트레스를 받고 온 14시간이 너무 화가 나서 콜센터에 전화해 항의했다"고 말했다. 박 씨의 항의 후 대한항공은 임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와 '사과 차원'이라며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보내준다고 했다고 박 씨는 주장했다.

이 임원은 "혹시 언론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과 잘 받았다고 얘기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이런 증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의 조사에서도 "폭행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있었던 조사 결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탑승 전 술을 마신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탑승 전 저녁자리에서 지인들과 함께 와인 1병을 나눠 마셨지만 조 전 부사장은 당시 마신 와인이 몇 잔에 불과해 소량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직접 사과하겠다"던 조현아, 집에 찾아가 '쪽지 사과'

한편, 조 전 부사장은 14일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쪽지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 사무장과 승무원의 집에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사과하는 내용의 쪽지를 작성해 이들의 집 문틈으로 집어넣고 돌아갔다고 대한항공은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한다고 했으니 만나서 사과하기 위해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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