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인권헌장 선포를 유보하기로 결정한 것 때문이다. 화살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로 향하는 분위기다.
인권헌장 선포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인권헌장에 담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에 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권헌장을 표결로 통과시켰으나 서울시가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때문에 박원순 시장이 이른바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위협에 굴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는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 비춰 보편타당"
참여연대(공동대표 김균·정현백)는 2일 논평을 내고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며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 금지를 구체적인 조항으로 담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 비춰서도 보편타당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유엔에서도 성소수자들의 권리보장과 성정체성 및 성적 지향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에 대한 일부 반대 세력의 목소리에만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번 인권헌장은 일부 조항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시민 스스로 6차례에 걸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쳤다"며 "끝까지 합의가 되지 않은 안건은 투표로 결정하기로 이미 합의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50개 조항 중 만장 일치로 통과되지 못하고 표결을 거친 5개 조항을 문제삼고 있지만, 표결 자체가 이미 합의된 절차라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따라서 서울시가 만장일치로 합의된 것만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인권헌장 제정을 위임한 애초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소수자 혐오세력'의 폭력과 위협에 굴복해선 안 돼"
참여연대는 나아가 "서울시는 일부 '소수자 혐오세력들'의 폭력과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각종 유언비어와 색깔론을 동원해 인권헌장 제정을 무산시키려는 일련의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지, 서울시가 인권헌장 제정을 무산시킬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인권헌장과 관련해 "공청회가 무산되고 강남북 토론회가 비정상적으로 개최되는 등 헌장의 일부 미합의 사항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확산돼, 시민의 삶 속에서 헌장의 가치가 공유되고 이를 통해 수용성을 높여야 하는 헌장제정의 목적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시는 또 "지속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표결형태의 처리방식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합의방식을 진지하게 고려해주실 것을 요청했지만, 표결처리가 이뤄졌다"며 "최종적으로 합의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인권헌장 제정위원회는 올해 초 출범 당시 150명의 시민위원과 인권전문가 등 180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일부가 자진사퇴하고 현재 164명의 위원이 활동 중이다.
기독교인 등 일부 세력은 지난달 20일 공청회에 난입해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들어가는 것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여 공청회가 파행을 빚었고, 지난달 28일 있었던 마지막 회의에서도 "서울시민 인권헌장 폐기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시위를 벌였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와 관련해 2일 현재까지 어떤 입장도 공개적으로 피력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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