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합의한 신성범, 당 지도부에 우회적 불만

"당 차원 합의한 바 없다 하니 어쩌겠나…내가 책임지는 게 당연"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와 교육부 간의 '누리과정' 예산 합의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직후,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간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 스스로는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여당 지도부가 상임위 간사의 합의 내용에 대해 퇴짜를 놓은 후폭풍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예산 정국에서 핵심 현안인 누리과정 문제는 주무 상임위 여당 간사 사보임 문제로 한동안 더 정체를 빚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새누리당 지도부, 누리과정 예산타결 뒤집어)

신 의원은 20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오늘 교문위 파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교육·사회·문화부총리와 저,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 3명의 회동이 있었다"며 "황 장관과 저 신성범은 2015년 순증분 예산 5000억여 원에 대해 교육부 예산으로 증액 편성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기되, 그 지원 규모가 확정되면 지방채 발행 규모를 (그만큼) 축소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전에 황 장관에게 전화가 와서, 자기가 김 의원 방에 있으니까 와 보라고 했다. 가 보니 두 분 사이에서는 이미 큰 틀의 합의가 짜여진 상태였다"며 "제 생각에는 야당 간사와 장관이 이 정도 합의를 했으면 여당 간사로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해서 좋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구두합의가 된 것"이라고 경과를 추가 설명했다. 예산 순증분을 '5000억여 원'으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추계에 따라 5200억, 5600억 등으로 (액수가) 달라서"라고 그는 부연했다.

신 의원은 "이 구두 합의 과정에서 저는 원내지도부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사전·사후에 어떤 협의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유는 파행 중인 교문위를 정상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구두 합의만 하고 문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부 추인을 받지 못해 혼란을 초래했다. 저는 이 시간부로 책임지고 간사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사퇴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교문위 입장에서는, 교문위에서 합의해 예결위로 보내면 예결위에서 여야 간 정치협상을 통해 적정규모로 증액되거나 감액되고 그 규모만큼 지방채 발행을 줄이거나 늘리는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도부가 상임위 간사 간 합의를 퇴짜놓은 데 대한 불만에서 간사직을 그만두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없다"며 "법적으로 본다면 지방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라 지도부 방침에 불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사퇴하는 것도 지도부와 사전 합의하지 않았다"며 "혼란을 초래했으니 책임지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후 원내지도부를 만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다 (언론에) 나온 건데 이제 만나서 뭐하나"라며 "혹시 저를 불러서 경위 설명을 요구한다면 있는 그대로 설명할 용의는 있지만, 제가 들으니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미 '당 차원에서 합의한 바 없다'고 했다니 뭘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 문제가) 상임위의 재량권에 해당하는 것인지, 정무적인 것이라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할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판단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우회적으로 원내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후 교문위 운영과 관련해서는 "모르겠다", "제 손을 떠났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자신의 간사 사퇴로 이날의 '구두 합의'가 백지화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 다음은 모르겠다. 구두합의가 자연 소멸…(되나?) 어떨지 모르겠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고만 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마치며 그는 답답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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