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지도부, 누리과정 예산 여야 타결 뒤집어

야당 "교육장관·여당 간사와 합의" vs 여당 "당 지도부와 논의 안돼, 인정 못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와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구두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당 지도부와 논의된 적 없다"며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예산 정국에서 가장 첨예한 현안이었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타결을 목전에 두고 다시 여당에 의해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는 20일 오전 정책의원총회 중 여야 교문위 간사 간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총 보고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 4조(중앙정부+지방교육청 부담분 합산액) 가운데 3조 이상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고 전년 대비 순증액 5600억 원은 중앙정부 예산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3조 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하기로 한 것은, 우리 당이 (정부·여당 요구를) 안 받아주던 것인데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순증분 5600억 원과 지방채 이자 2000억 원 정도는 국가가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 대변인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교육·사회·문화부총리 겸임)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백재현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도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신성범 의원 역시 "저와 황우여 장관은 2015년 순증분 5000여억 원에 대해 교육부 예산으로 증액하되 그 지원규모가 확정되면 지방채 규모 축소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당초 여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누리과정 사업과 관련해 '지방교육청 돈으로 하라'(여당), '나랏돈으로 하라'(야당)고 각각 맞서고 있었다. 교육부가 당초 기획재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국비 부담분으로 요청한 것은 2조2000억 원이었는데, 여당은 이를 포함해 누리과정 4조 전액을 사실상 지방교육청 부담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야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국비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2조2000억 원은 중앙정부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맞섰다. 따라서 이날 교문위 여야 간사 간의 합의는 야당이 처음 주장했던 '2.2조 국비예산 편성' 주장에서 '0.56억+지방채 이자 0.2억'으로 양보한 내용인 셈이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이같은 합의 내용에 강력 반발하며 급히 제동을 걸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5600억 부담시키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상임위 간사 간 그런 의견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 지도부와 전혀 논의된 적 없다. 우리 당은 그런 합의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상임위 간사 간의 합의가 지도부의 '가이드 라인'대로 되지 않았다고 퇴짜를 놓은 것.

김 수석부대표는 "현재까지 논의된 것은 지방채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 국고에서 지방채 이자를 부담해 준다는 것까지"라며 "우리 당 간사는 원내지도부 지시대로 합의하기를 요구받는다. 당 지도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인정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여야 상임위 간사와 주무장관의 합의에 대해 "원내 지도부와는 일언반구 합의가 없었다"며 특히 직전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던 황 부총리에 대해서도 "그런 정부 측 인사는 월권이다. 황우여 장관(가 한 것)이라면 장관의 월권이다"라고 했다.

김 부대표는 친박 핵심 중 핵심으로 통한다. 여당 대표 출신인 현직 부총리에 대해 '월권' 등 원색적 비난을 한 것은 이런 그의 정치이력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전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교문위 간사 간의 이른바 '2+2 회동'에서도 나머지 세 사람은 비슷한 수준에서 의견이 조율됐으나, 사실상 김 부대표가 반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어제도 전화 받고 반대했다고 한다"며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회를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과 누리과정 예산을 구두 합의한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이 시간부로 책임지고 간사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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