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北 민감한 요구 경계해야"

북한 아태위-김대중 평화센터 21일 개성에서 만나 실무협의 진행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위한 실무협의가 21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여사의 이번 방북이 2차고위급접촉 무산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방북 시점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 3주기에 진행될 경우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희호 여사 측 관계자의 21일 개성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에는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이자 통일준비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을 대표로 윤철구 평화센터 사무총장, 이정원 사랑의 친구들 사무총장 등 7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임 대변인은 "북측에서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관계자 4~5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명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 양측은 21일 오전 개성공단 내에 위치한 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이 여사의 방북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북 간 2차고위급접촉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번 이 여사의 방북이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북 기간 중 이 여사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김 제1위원장의 대남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던 2011년 12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문단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이 여사에게 지난 2000년 6.15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일행이 머물렀던 백화원 초대소를 내어주며 각별한 배려를 한 바 있다.

다만 방북 시점이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3주기와 맞물린다면 북한이 이를 내외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이 여사에게 금수산 기념궁전 방문 등 민감한 사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금수산 기념궁전 방문을 요구했는데 당시 방북단이 이를 거절한 바 있다"면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남측에서 이 사안이 정치적 갈등 요소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북 지원 차 북한을 방문한 일행이 현장에서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방북을 준비하는 실무진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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