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하는 저소득층, 원룸 2억 버는 이보다 세금 더 내"

납세자연맹 "죄악세 55조원…자본소득세 보다 많다"

"연소득 1127만 원인 노동자 A 씨는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고 술도 자주 먹는다. 담뱃세를 2000원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A 씨는 연간 121만 원의 담뱃세를, 30만 원의 주세를 낸다. 소득세는 내지 않으니 1년 간 내는 세금은 총 151만 원인 셈이다. 실효세율은 13.4%다. 

연봉 3000만 원의 중소기업 노동자 B 씨도 마찬가지로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신다. B 씨는 출퇴근할 때 본인의 자가용을 이용해 한 달에 50만 원의 기름값이 든다. B 씨는 담뱃세로 121만 원, 주세로 30만 원, 유류세로 연간 280만 원을 낸다. 소득세 30만 원까지 합치면 B 씨의 실효세율은 15.4%(총 461만 원)다. 

공무원 퇴직자로 매달 300만 원의 연금을 받는 C 씨는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대학가 앞에서 원룸 임대소득으로 연 2억 원을 추가로 번다. 임대 소득 가운데 절반만 신고해 C 씨는 소득세로만 100만 원을 낸다. C 씨의 실효세율은 0.4%(100만 원)에 불과하다."

- 납세자연맹 <담배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이들 세 사람이 실제 내는 세금은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항목만 놓고 비교한 이 세 사람의 사례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자본으로 얻은 이익 때문에 내는 세금보다 담배와 술을 소비해 내는 세금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납세자연맹이 13일 술·담배·도박·화석연료 등의 소비에 붙는 세금, 이른바 '죄악세' 규모를 분석해 발표한 이유기도 하다. 

납세자연맹이 국세청통계연보, 사행성감독위원회, 자동차공업협회 등의 공개 자료를 통해 자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른바 '죄악세'의 규모는 우리 세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와 비슷하다. 반면 이자·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죄악세', 세수 1위인 부가가치세와 규모 비슷"

2012년 국세 총수입은 203조 원이었다. 세목별로는 부가가치세가 55조7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법인세 45조9000억 원, 소득세 45조8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기간 술과 담배, 도박, 경마, 자동차 소비로부터 걷은 이른바 '죄악세'는 약 55조2000억 원이었다. 부가가치세보다 고작 5000억 원이 적을 뿐이고, 기업으로부터 걷은 법인세보다는 무려 10조 원이 많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담뱃세가 6조9000억 원, 경마·경륜·복권 등 사행산업계로부터 걷은 세금이 5조4000억 원, 주류로부터 걷은 세금이 4조4000억 원 순이었다. 

자동차를 구매해 등록, 보유하는 과정부터 운행하는 모든 과정까지 자동차와 관련해 2012년 걷어들인 세금은 총 38조5000억 원으로 타났다. 

반면, 2012년 한 해 자본소득과 관련해 걷어들인 세금은 32조8000억 원에 불과했다. 

상세히 보면, 이자·배당소득세는 8조4000억 원, 재산세는 9조6000억 원, 양도소득세는 8조3000억 원, 상속증여세는 4조 원, 종합부동산세는 1조3000억 원, 부동산임대소득세는 1조20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이자·배당소득세와 부동산임대소득세는 납세자연맹이 관련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것이었다. 

납세자연맹은 "'죄악세'의 자동차 부분에 모든 단계 세금이 포함된 점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동산 취득세(15조2000억 원)와 증권거래세(3조7000억 원) 등 모든 자본소득세를 합쳐도 51조7000억 원에 불과해 '죄악세' 전체 규모에 미치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죄악세'는 역진적 세금…공평 과세 위해서는 담뱃세가 아니라 자본소득 세수 늘려야"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죄악세 과세대상 품목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소비하는 역진적 세금"이라고 설명했다. "술과 담배는 서민의 소비가 더 크고, 유류세의 경우에도 상위층의 경우 자기 돈이 아닌 회사의 경비로 기름을 넣는 경우가 많아 상위층의 직접 부담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는 국가가 세금을 징수할 때 소득이나 재산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공평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며 "죄악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가 계속되면 세금이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기는커녕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정부는 조세 저항이 약한 죄악세를 통해 세수를 늘리려고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죄악세' 세수를 줄이고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를 높이는 쪽으로 조세체계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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