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무상급식' 뒤집나?

김무성 "정책 우선순위 재조정해야…진짜 어려운 학생은 굶고 있어"

새누리당이 무상급식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정책의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선언으로 경남 지역에서 시작된 무상급식 '뒤집기'가 여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무상급식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선 빠져있었지만, 누리과정을 비롯한 0~5세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는 핵심 대선공약이었다. 이 마저 무위로 돌아간다면 '증세 없는 복지'의 실현 가능성이 재차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 우선순위 재조정 필요"를 공식 언급했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대립, 무상급식을 둘러싼 충돌 등의 원인은 중앙은 중앙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세수가 부족해서 재정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예산의 적절한 편성과 절약 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 또한 같은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 문제는 정책의 우선 순위 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군현 사무총장은 "지난해 17개 광역시·도에서 무상급식에 쓴 돈이 2조 원"이라며 "전면 무상급식은 사실 무상이 아니라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대중적 호응도가 높은 이슈여서 완전히 무위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은 따라서 일부 학생들만 선별해 무상 급식을 제공하는 '선별 복지' 카드를 다시 꺼내들거나, 또는 이를 수단 삼아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각 시·도 교육청을 압박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김 대표는 무상급식에 중점을 둔 예산 편성 문제를 지적하며 "진짜 어려운 학생들은 휴일에 주말 밥을 굶고 있는 현실"이라고 했고 이 원내대표는 "결식 아동이 4만 명 정도"라고 언급했으며, 이 사무총장은 "무상급식의 대가로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로선 "실태를 면밀히 파악한다"는 게 당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상급식을 포함한 여러 교육 정책과 그를 뒷받침하는 예산 분배 문제에 대한 면밀한 상황 파악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같은 날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에 대해 "지사직을 걸고 주민투표로 심판 받아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정세균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원 회의에서 이 같이 말하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걸어간 잘못된 길을 다시 걷겠다는 것인가. 개인적 호불호에 따라 이미 정착된 제도가 훼손된다면 이는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이번 무상급식 논란이 당에 큰 타격을 입혔던 2011년 싸움의 재현이 될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세훈 시장 때처럼 그런 식으로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 문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여러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서울시장은 막대한 세비를 들여 주민투표를 강행하고도 패배해 시장직에서 물러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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