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수명 연장을 위한 신청작업이 시작된 2009년 중대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4일 환경단체모임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월성 원전 1호기 방사능 누출 은폐 의혹에 대해 국회 청문회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2009년은 그해 12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나는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해다.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규제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자료를 근거로 "2009년 3월 13일 오후 5시경 월성원전 1호기의 핵연료 교체과정에서 이송장비의 오작동 또는 작동 실수로 인해 핵연료봉 다발(37개 연료봉 묶음)이 파손돼 2개의 연료봉이 연료방출실 바닥과 수조에 각각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김제남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작업원 1명을 직접 연료방출실에 투입해 여러 차례 수작업을 거쳐 사고 발생 다음날 수습작업을 완료했다.
"중대 원전 사고, 외국에는 보고하고 국민에게는 보고 안해"
그러나 한수원은 당시 규제당국인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과(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신)에 보고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가 2013년 8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4일 간 조사를 했으나 원안위 위원들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수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등록된 2009년 월성원전 1호기의 원전 사고 고장발생현황은 '0'건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는 보고했는데 국민에게는 알리지 알았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은폐 의혹을 일축하고 있는 것은 당시에 국내에는 이 정도의 사고는 보고 사항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봉 추락사고가 발생한 당시 규제당국의 현장 주재관도 이 사고를 몰랐다는 것은 조직적 은폐 의혹을 짙게 한다. 사용후 핵연료가 이송되는 과정에 고준위 방사능으로 인해 경보가 울리고, 사고까지 났다면 경보 시간이 장기간 지속되었을 텐데 주재관이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 환경단체 측의 주장이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위한 조직적 은폐"
환경단체 측은 '조직적 은폐'의 배경에 대해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2009년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를 시작하는 해였다"면서 "원전 안전 문제가 불거져서 수명연장 심사에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까 두려워 자사의 노동자의 안전은 내팽개친 사건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후 핵연료봉은 특수합금으로 밀폐돼 있지만, 내부에는 기체 형태의 방사성 물질이 차있어 파손이 될 경우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걸 수거한다는 것 자체가 고준위 방사능에 피폭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수원 측은 "사고 당시 작업자의 방사선 피폭량은 원전 종사자 연간 기준인 50밀리시버트의 14%인 6.88밀리시버트였고, 검진 결과 이상이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당시 작업자는 피폭선량계를 압수당한 채 작업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측은 "작업자는 당시 6.8미리 시버트라는 피폭선량은 사용후 핵연료를 회수한 뒤의 피폭선량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수거 작업 과정의 방사능 피폭 정도에 대해서는 축소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의원총회에서 "월성 1호기 방사능 유출 은폐 사건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국가 살인 방조 행위에 다름없다"고 강력 질타했다.
심 원내대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어떠한 사고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 "월성1호기와 고리원전은 즉시 폐쇄하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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