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가난해져라? 공적연금 상향평준화 안되나?

[복지국가SOCIETY] 정부, 유럽의 공무원연금 개혁을 본받아야

최근 공무원연금은 연금학회, 정부, 새누리당이 연차적으로 개혁안을 내놓음으로써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 제시된 새누리당 안은 재직공무원의 기여율을 인상하고 기여금(보험료) 납부기간을 연장하는 반면, 지급률을 인하하는 소위 "더 내고 덜 받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여기에 퇴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재정 안정화 기여금(현재 공무원연금의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 공무원들이 받는 연금수령액의 일부를 반납하게 하는 제도)을 강화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특히 연금학회와 정부안이 하위 공무원에게 너무 무리하게 부담을 준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하위 공무원에게 더 유리하도록 소득 재분배 기능 추가, 재정 안정화 기여금의 차등 배분, 기준 소득의 상한선 인하, 고액 연금자의 연금수령액 10년간 동결, 연금액 인상률에 고령화 지수 반영 등의 "하후상박" 조치들도 포함되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이런 여러 정책수단들은 부분적으로는 공무원연금의 안정성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위 공무원도 고위 공무원과 똑같이 매도?

이런 긍정적 요소들에도 정부여당의 개혁 추진은 여러 사회문제들을 낳고 있다.

첫째, 정부여당은 의도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현재의 개혁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공무원 집단이 너무 후한 연금을 받고 있으며, 그것도 세금을 통해 '철밥통'을 채우려고 한다"고 국민 다수가 오해하도록 만들면서 공무원집단과 국민 사이에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분노를 동력으로 자신들의 개혁안에 대한 지지를 높이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끌고 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사실 하위직 공무원과 고위직 공무원 사이의 임금 격차는 매우 심각하며, 이런 임금 격차는 그대로 연금 격차로 이어진다. 공무원집단 내의 큰 불평등은 문제가 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이 공무원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하위직 공무원의 소득, 연금, 행태들이 아니라 주로 고위직 공무원에 관한 것이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관피아"는 주로 고위직 공무원들이 일으키는 것이며, 고액 연금 수령자들도 고위직 공무원들이다.

임금도 고위직 공무원이 문제가 되지, 하위직 공무원들의 임금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연금 차이 또한 하위직 공무원만 놓고 본다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런 차이는 공무원의 기여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여기간이 길기 때문에 발생하는 바가 더 크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는 전체 공무원의 상위 10%에 속하는 고위직 공무원들 때문에 일어나는데, 주로 화살은 하위 90%에 속하는 공무원들에게도 똑같은 세기로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 적자 공포정치'로 졸속 추진

둘째, 현재 정부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은 직접 대상자인 공무원들의 논의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객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상태로 논의되고 있어 갈등을 낳고 있다. 현직 공무원 105만 명과 공무원 퇴직자 35만 명, 수십만 명의 공무원 취업준비생, 그리고 그들의 가족 등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적자 보전금을 충당하는 국민도 사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혁 과정이 지나치게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공무원연금 제도의 개혁과정에서 공무원들과 사회적 협의 과정을 거치며, 관련 정보와 자료를 국민과 제대로 공유한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정부여당의 개혁 시도는 지나치게 일방적이며 권위주의적이다.

셋째,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의 재정 적자를 빌미로 삼아 일종의 공포정치, 즉 '재정 적자 공포정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공포정치는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생략해도 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신들의 주장이 당장 수용되지 않으면 마치 우리나라의 미래가 망가질 것처럼 호도한다. 재정 적자 문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관점과 중장기적 관점이 동시에 요구된다. 특히 20-30년 이후의 재정 적자는 단기적 관점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 따라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정책 제안이 가장 옳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졸속적으로 마련된 것이기에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당장 현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빠르게 정책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그 이후의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1-2년의 기간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결정에 대한 부정적 효과, 밀어붙이기식 결정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결정된 사항에 대한 큰 사회적 저항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런 맥락을 무시한 채, 정부여당은 당장 올해 안에 결단을 내려야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으며,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강제하고 있다.

선진국, 연금 개혁해도 소득대체율 70%는 지켰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여당의 이번 개혁 방안이 지향하는 목적에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목적은 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화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적연금의 왜소화와 하향평준화, 그리고 그것의 이복동생인 '사적연금의 활성화'라는 궁극적 목표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만약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 보전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고, 이는 결국 큰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점은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의 지출 규모를 대폭적으로 줄여 연금으로서의 의미가 상실될 지경으로 만들려 한다는 데 있다.

사실, 유럽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구고령화라는 인구학적 변화로 연금제도를 점진적으로 개혁해왔으며, 그 방식은 주로 '더 내고 덜 받는' 그리고 '오래 내고 늦게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소득대체율을 대략 70% 수준에 맞춘다는 기준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즉, 적정 수준 이상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았으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연대성을 강조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아쉽게도 이런 역사적 경험은 우리나라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속적으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과도하게 너그럽게 설계되었고, 이로 인해 재정 파탄이 나고 있으며, 이를 국민이 낸 세금을 메워야 한다면서 재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개혁 목적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함으로써 공적 연금을 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은 2016년부터 신규로 채용되는 공무원들이 국민연금제도와 동일한 기여율, 지급율, 그리고 소득대체율로 구성되는 연금제도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물론 실제의 연금계산에 있어서는 국민연금 가입자와 공무원의 평균임금, 가입기간이 다르므로, 실제의 연금수령액에서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규 공무원의 경우에는 연금의 하향평준화가 매우 급격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법정 소득대체율 40%와 실질 소득대체율 20%는 공적 노후보장으로는 실격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60-70%인 점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인상되어야 하며, 이런 전제하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속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 듯하다. 공적연금의 왜소화와 하향화는 노후소득의 보장에서 최소한으로만 공적 방식 또는 연대적 방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자구의 방식, 즉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을 이면에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자구적 방식과 맥이 닿은 것이 바로 사적 연금의 활성화이다. 공적연금이 최소화되어 노후가 불안해지기 때문에 결국 국민은 사적 연금을 찾게 될 것이고, 사적 연금은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의해 작동하게 되므로 국민들 사이에 있어야 할 연대의식과 결속을 해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안이나 새누리당안으로 한다고 해서 정부 적자가 없어질까? 아니다. 만약 공적 연금이 왜소화된다면 계속해서 노인 빈곤의 문제는 발생할 것이고, 노인 빈곤 문제를 방치하면서 국민을 빈곤 속에서 살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이 아닌 이상, 이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 즉,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이 비용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마련해야 한다. 결국 공적 연금의 축소는 다른 형태의 공적 개입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내게 된다. 즉, '풍선효과'만을 양산해낸다.

▲ 영국에서는 연금 개혁을 하는 데 사회적 논의를 거치느라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진은 연금 개혁을 주도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보수적 정부여당의 세 가지 통치기법

정부여당의 전략은 나름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정부여당의 개혁 방안이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무원집단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물론 이는 그간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보여주었던 부정적인 행태들이 덧씌워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보수 정부여당의 효과적인 통치기법에 기인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보수 정부여당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할 때 자주 애용하는 세 가지의 전술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주어진 현실의 여건을 과대 포장하는 기법이다. 현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재정 적자가 크며, 이를 메우는 정부의 재정 보전금이 너무 크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 재정이 왜 어려워졌는지, 공무원연금의 재정 적자 원인들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는 생략된다. 단지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재정이 어렵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들에 대한 얘기도 없다.

단지 지금 여건이 어려우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제안하는 방법과 조치들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공무원연금이 당면하고 있는 이런 어려움은 이미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적절히 모색하면서, 기존 공무원연금제도의 기본적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상당 정도의 성공적 개혁을 이뤄냈다. 이번 보수적 정부여당의 개혁 과정에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즉.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들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채 단지 당장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대안만을 유일무이하게 강조할 뿐이다.

또 다른 통치기법은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노 갈등'이다. 이번의 경우에는 공무원집단의 다수를 이루는 하위 공무원집단과 일반 국민의 다수 사이에 갈등의 골을 만들었다. 현재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일반 국민의 혜택보다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공무원집단, 특히 하위 공무원집단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점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고위 공무원과 하위 공무원에 대한 구별 없이 모두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나마 '하후상박'의 여러 조치들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국민의 다수는 하위 공무원들이 '철밥통'을 지키려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의 통치기법은 '하향 비교의 전법'이다. 보수적 지배엘리트들은 사회 논쟁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대상에 대해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비교의 대상을 주로 낮은 수준의 것으로 삼는다. 즉, 어떤 집단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왜 다른 집단은 받아들이지 않는지를 강조한다. 이번 개혁의 전개 과정에서도 국민연금 대상자들은 20% 내외의 실질 소득대체율을 갖고 있는데, 왜 공무원집단들은 이런 낮은 수준의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지, 아니면 이렇게 낮은 수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들의 높은 연금을 고수하려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온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을 낮은 수준과 비교하여 낮은 수준에 맞추게 만드는 방식이 보수가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복지나 사회보장 등의 영역에서는 계속해서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이제 '보다 나은 삶'을, 보다 나은 조건을, 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려는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경제적 수준이 전 세계 10위권이라면 우리의 삶의 수준도 그에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보수적 정부여당은 계속해서 '삶의 질'을 낮추려 하고, 복지의 수준을 낮추려 하며, 노후 소득보장의 정도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공적연금의 존재 이유는 적정 수준의 노후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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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여당의 개혁안에 하후상박의 여러 조치들이 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정부가 재정 안정화를 빌미로 공적연금을 하향평준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사적연금의 활성화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정부여당이 연금이 근원적으로 기초하는 원리들, 특히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연금은 누구나 겪는 잠재적인 사회적 위험인 노령에 대한 공동의 대처라는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소득을 사전에 확보한다는 원리도 동반한다. 즉 최저생계비 정도가 아니라 기존의 생활 수준을 상당한 정도로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노후를 보장한다는 원리이다. 이 또한 모든 경제활동인구들이 노후에 갖길 바라는 것이다.

적정선의 노후 소득보장은 노인이 인간으로서 누리고자 하는 '자유'를 가능하게 해 주는 조건이 된다. 먹고 자고 입는 것을 넘어 여가도 즐기고, 다른 노인들과 사회관계도 맺고, 가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건강하게 노년을 마무리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를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게끔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즉, 생애주기에 있어서 노년기에 '자유의 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자유의 평등'이 공적 연금제도의 기본적인 원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원리들이 제대로 발현되면 사회통합이 가능해진다. 사회통합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행동'을 통해서 이뤄질 때 가능한 것이다. 즉, 공무원연금은 자신만의 노력이 아니라 다른 공무원과의 연대 속에서, 그리고 전 세대와 후 세대의 '세대 간 연대' 속에서 이러한 일상에서의 서로 엮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들이 노후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공무원연금을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데, 현 정부여당의 개혁안 내용들은 이런 원리들을 발현시키는 구체적인 수단들을 약화시키거나 제거하는 효과들을 가져온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신규 공무원에게 40%의 소득대체율을 갖는 공무원연금, 더군다나 이는 40년을 꼬박 채웠을 때의 수준이며, 공무원의 평균 퇴직연령이 50세인 것을 감안한다면 대략 30년의 근속년수도 채우기 어려울 것인 바, 실제로 신규공무원들은 대략 30% 내외의 소득대체율을 갖게 된다. 이 수준으로는 결코 앞서 말한 원리들을 제대로 실현시킬 수 없다. 또 다른 '용돈연금'을 만들어낼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도해야 하는가? 그 대안은 무엇인가? 핵심은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목적의 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확보하며, 선택한 수단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목표 달성에 근사한 결과들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일단, 개혁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재정 안정화는 목적 중의 하나일 뿐이지, 모든 것이 그것으로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재정 안정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더라도 무엇보다 소득대체율의 적정선을 확보하는 것과 연금제도의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형평성의 문제도 단순히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급여 수준에서의 동일함, 그것도 낮은 수준에 있는 국민연금에 맞추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형평성은 연금의 적정수준에 기초하는 형평성이어야 하며, 소득재분배 기능이 실현되는 형평성이어야 한다.

개혁의 방식에 있어서도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노후 소득보장은 그 특성에 의거하여 너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은 피해야 하며, 상황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점진적 과정 속에서 사회적 협의의 가능성은 배가될 수 있다. 과정의 원칙만이 아니라 노후 소득보장의 방식에 있어서도 원칙은 필요하다. 노후소득보장은 본래적으로 구성원들이 서로 도우며 서로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연대의 방식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과 수단은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이를 결정하려면 특히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각각의 방법과 수단의 결과들을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기본적인 방향은 기여율을 높이고 지급률을 낮추되, 소득대체율의 적성선이 유지되는 선에서 그 수준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연금지급 개시연령의 연장이나 기여금 납부기간의 연장 등은 공무원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다.

하위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 간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하후상박'의 구체적 수단들은 여러 모로 구성될 수 있다. 특히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공무원연금제도가 실질적으로 '세대 간 연대'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이상 현재의 퇴직공무원에게도 공동 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연금의 기술적 내용들 외에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 그리고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여타의 사회보험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 기존의 공무원연금제도가 일종의 '종합적 복지제도'의 역할을 해왔으므로, 각각의 기능들을 세분화하여 그에 따르는 제도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공무원연금은 우리나라의 노후 소득보장제도라는 전체적 틀 속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개별적으로 따로 놀지 않고 일관성과 체계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공무원연금은 한두 달 사이에 어느 일방의 제안을 수용 또는 거절하는 졸속적 과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와 협의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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