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호세프, '박빙의 재선' 성공

[분석]"두동강 난 민심, 험난한 앞날 예고"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5년 만의 가장 박빙의 승리'라는 것이 보여주듯, 브라질 사회의 분열이 극심하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의 최종 개표 집계 결과 호세프 대통령의 득표율은 51.64%로 경쟁자인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48.36%)와의 표 차이는 약 300만 표에 불과했다.

브라질은 현재 올해 들어 1,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침체에 빠진 경제와 '가난한 북부와 부유한 남부'로 갈라진 심각한 지역간 빈부격차, 관료의 부패 문제 등으로 민심은 두 동강으로 쪼개졌다.

네비스 후보는 경제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며 호세프를 공격했다.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물가상승률이 3년만의 최고수준인 6.75%에,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도 6년래 최저치인 33%나 하락했다는 점을 내세워 공세를 폈다.

하지만 호세프는 친기업적인 사회민주당(PSDB)의 네비스 후보를 선택하면 브라질은 불평등이 훨씬 더 컸던 1990년대로 회귀할 것이라면서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앞장선 노동자당(PT)를 계속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호세프는 집권 1기에 월 700달러(약 74만 원) 이하의 가계소득으로 살고 있는 약 40%의 브라질 국민들을 위한 정책에 집중했다. 빈곤 가구에 현금을 지급하고, 278만 채의 공공 주택을 제공하는 등 이른바 '포퓰리스트적 정책'을 폈다.

하지만 극심한 불평등의 역사를 지닌 브라질에서 포퓰리스트적인 정책은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룰라 다 실바로부터 이어진 노동자당 12년 집권 하에서 브라질은 3600만명이 절대빈곤에서 빠져나왔고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로 하락했다. 이런 정책으로 호세프가 브라질 서민들의 지지가 확고한 것이 재선 승리의 비결이 됐다는 것이다.

▲26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정치적 후견인'으로 불리는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과 함께 재선 성공을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험난한 앞날 예고한 분열된 민심

브라질 선거 전문가들도 "불평등 해소에 대한 노동자당에 대한 신뢰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호세프의 재선이 어렵게나마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호세프가 고전한 배경에는 경제성장에 대한 기득권 층의 불만이 커진 탓도 있지만, "좀 더 확실하게 불평등 해소에 나서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유권자들의 이탈표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득표율(56.08%)과 비교할 때 호세프가 잃은 5% 중 상당수는 좌파정당 사회주의자유당에게 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주의자유당은 지난 2004년 노동자당의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비판한 뒤 축출된 좌파 정치인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또한 노동자당의 부패와 월드컵 개최에 막대한 예산을 쓴 것에 대한 비판 등으로 이탈표가 늘었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분열된 민심으로 호세프의 집권 2기는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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