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자원외교, "최경환, 하베스트 인수 추진 지시"

여야 모두 맹비판 "부실투자로 국부 유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23일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관리원 국정감사는 이명박 정부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자원 외교'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결과적으로 부실투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8~9월 'MB 자원외교의 허와 실'이라는 기획을 통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바 있다. (기사 하단 연재목록 첨부)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캐나다 하베스트 하류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날) 매각에 적게는 2500만 달러(약 250억 원)에서 많게는 1억1300만 달러(11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헐값 매각을 넘어 '손실 매각'"이라고 비판했다.

부 의원은 "매각으로 정산비용이 발생하면 오히려 손실이 날 것임에도 부채감축계획에 버젓이 포함시킨 석유공사의 태도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매각시 발생하는 정산비용을 반영한 부채 감축 계획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 의원은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 이명박 당시 대통령 측근인 김백준 총무비서관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석유公 하베스트 인수, 'MB 집사' 아들 개입?)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은 "당초 공사는 탐사·생산 등 부문만 인수하려 하다 하베스트 측의 요청으로 계획에도 없던 NARL을 포함해 일괄 인수했다"며 "석유공사 해외자원 개발은 형식적 자주개발률 제고 위주 '실적쌓기' 용으로 추진된 총체적 부실덩어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일괄 인수 결정에 소요된 기간은 단 5일이었다"며 "현장 실사조차 하지 않고 이사회 사전 승인도 없이 계약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가치가 과다 계산된 미국 투자금융사 '메릴린치'의 부실한 자산가치 평가 보고서를 이메일로 받고 최종 검토 후 바로 다음날 석유공사는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발표했다"며 김백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 서울지점장으로 있었던 메릴린치의 자문의견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했다. 또 전 의원 역시 "NRAL 매각 과정에서 자금 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전했다.

같은 당 김동완 의원도 "하베스트 하류부문(석유 정제·수송·판매 등 부문)에서 4년 연속 손실이 발생해 올 6월까지 총 1조39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상류부문(탐사·개발·시추 등 생산부문)에서도 최근 2년간 총 2249억 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며 "(인수 당시) 석유공사는 NARL에서 제공한 잘못된 데이터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메릴린치에게 제공했고, 메릴린치 또한 사실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경제성 평가를 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사업을 하면서 총 163억2000만 원의 자문료를 썼는데 이중 53.6%인 87억4000여만 원을 메릴린치에게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가 자주개발률 실적 위주로 에너지 공기업들을 채근하다 보니 잘못된 데이터로 낙관적인 경제성 평가를 내놓아 오늘날과 같은 문제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와 관련해서는 국회 보고와 같은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도개선 의견을 냈다.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책임소재도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게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하베스트와 날(NARL)까지 포함해 인수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나? 허락했나?"라고 묻자, 강 전 사장은 "부인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고 답했다.

홍 의원이 "장관께 보고했더니 잘 검토해서 추진하라고 답했나"라고 묻자 강 전 사장은 "그런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최종 결정은 이사회가 하는 것이고, 사장이 전자결재를 하지 않느냐"며 "장관이 승인하도록 법에 그렇게 돼 있나"라고 강 전 사장을 윽박질러 "승인하는 그런 절차는 없다"는 답을 받아냈다. 박근혜 정권 실세인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의 책임성 여부를 놓고 여야가 벌인 신경전이었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사업 외에 가스공사의 캐나다 셰일가스 개발 사업 역시 북미 가스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률이 파산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투자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석유공사 하베스트 사업과 마찬가지로 가스공사 혼리버 사업도 '끼워 사기'가 벌어졌다"며 "혼리버(가스전)의 경우 경제성이 '마이너스 300억 원'으로 평가된 웨스트컷뱅크 사업을 2500억 원이나 주고 사들였다. 경제성보다 양적팽창과 과시에 목을 멘 사례"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도 "인수했던 셰일가스전이 지금 헐값이 되었다"며 "두 셰일가스전(혼리버, 웨스트컷뱅크)의 손실액이 무려 5500억 원인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기획재정위원회의 수출입은행·한국투자공사(KIC)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기재위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수출입은행(수은)을 상대로 "탄소펀드와 자원개발펀드 1·2호 등 수은이 투자한 세 개 펀드 모두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탄소펀드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28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해 수익률이 마이너스 64% 수준까지 떨어졌고, 유·가스전에 주로 투자하는 자원개발 1호 펀드(트로이카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159억 원, 자원개발 2호 펀드(글로벌다이너스티펀드)는 8억 원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수은이 투자한 펀드가 모두 투자손실과 투자부진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것은 녹색금융·자원개발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 정책에 수은이 무리하게 동원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도 박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지적을 하며, 펀드 손실액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탄소펀드 280억, 트로이카 668억, 글로벌다이너스티 45억 원으로 훨씬 많이 추정했다.

<프레시안>의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시리즈 'MB의 비용 :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연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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