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하베스트 인수, 'MB 집사' 아들 개입?

"하베스트 인수 자문한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김백준 총무비서관 아들"

부실 인수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합병 과정에서, 석유공사에 인수 관련 자문을 한 회사가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의 아들이 몸담았던 곳으로 밝혀졌다. 야당은 이 회사가 자문사로 선정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의 의혹 제기가 사실일 경우, 자문사 선정에 정실이 개입한 결과 적절한 조언이 이뤄지지 않아 석유공사가 잘못된 판단을 했고, 이로써 국비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23일 석유공사·가스공사 등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할 당시 자문사가 메릴린치인데,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 김영찬 씨"라며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의 자문사로 선정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부 의원은 이 회사가 자문사가 되겠다고 신청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객관적인 성적이 낮은데도 최종 낙점을 받은 것에는 김 당시 비서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의혹을 제기했다.

부 의원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당시 자문사 선정에 참여한 10개 기업 중 1차 계량지표 평가에서는 하위권이었으나, 비(非)계량평가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아 4배수를 뽑는 2차 평가에 1위로 올랐다. 이 회사는 2차 평가에서도 계량지표 평가에서는 4개 회사 중 3위를 했지만, 비계량지표 평가에서 1위를 해 2배수 압축에 들었고, 3차 최종심사에서 자문사로 선정됐다. 비계량지표 평가란 객관적 수치나 데이터 등에 의한 정량적 평가가 아닌,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적 평가다.

이날 감사에서 문제가 된 하베스트는 캐나다의 에너지 기업으로 지난 2009년 10월 석유공사에 인수됐다. 문제는 이때 하베스트의 자회사인 정유사 '날(NARL)'도 같이 인수됐는데, 이 자회사는 인수 이후 2012년까지 2년여 동안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 최근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석유공사에 인수 자문을 한 메릴린치는 정유 등 하류부문에 대해 긍정적인 자문의견을 냈다. 부 의원은 "메릴린치는 80억 원의 자문료를 받고 하베스트 하류부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그 보고서 내용은 '최적으로 중질유를 처리할 수 있는 정제공장이다', '정제된 제품의 100%가 시장에서 팔린다', '순이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원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위험성은 낮고, 수익성은 높다' 등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류부문이란 석유의 수송·정제·판매·가공 등과 관련된 산업부문으로, 상류부문인 탐사·개발·시추·생산 등과 대비되는 의미로 쓰인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김동철 산업위원장은 "(석유공사의) 경영상 판단 잘못으로 국부가 유출된 줄 알았더니 하베스트 인수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였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으로 갔고, 메릴린치는 이명박 정부 최고 실세를 동원해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로비가 통했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비서관의 아들 김형찬 씨에 대해서는, 그가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을 맡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역시 야당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투자공사(KIC) 대상 국정감사에서,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KIC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약 2조 원)의 투자를 전격 결정한 뒤 김 씨가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으로 영입됐다"며 "이명박 정권의 권력형 비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었다.

박 의원은 KIC의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역시 "부실 투자"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2008년 국정감사(당시 최 부총리는 국회의원)에서 KIC가 메릴린치에 2조 원을 '몰빵' 투자해 1조 원의 원금 손실을 낸 것을 지적했었다"고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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