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공물 납부, 정부 "개탄 금할 수 없다"

APEC 앞두고 중국 의식해 참배 대신 공물 봉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이에 외교부는 개탄스럽다며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신사의 추계예대제(가을제사)시작 일인 17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신사 측은 그가 '마사카키'(真榊)로 불리는 공물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공물의 명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의 여야 국회의원 110여 명도 이날 야스쿠니를 집단 참배했다. 정부 측 인사로는 오자토 야스히로(小里泰弘) 환경부대신과 에토 세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 등이 참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일본의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17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외교부는 이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금년들어 춘계예대제(봄 제사) 및 8.15에 이어 또 다시 공물을 봉납하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참배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침략전쟁의 주모자로서 유죄판결을 받은 A급 전범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신사에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것은,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제 및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총리 취임 1주년이었던 지난해 12월 26일, 현직 총리로는 7년 만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그밖에 춘계예대제와 8.15 등에는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총리가 공물을 봉납하는 것을 두고 일본 안팎에서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의식해 일종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추계예대제에서 공물 봉납을 한 것은 오는 11월 10~11일에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행위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 성사를 의식해서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을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물을 봉납하고 예물 값을 대납하는 등의 행위는 사실상 참배를 대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본인은 직접 신사참배를 하고 싶지만 주변국의 반발 때문에 우회적인 방식을 쓰고 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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