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카카오 회장 "감청 협조 없다. 그러나…"

검찰 "적법한 영장 집행 거부는 있을 수 없다"

이른바 '카카오톡 망명 논란' 이후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6일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관련기사 : 다음카카오 찝찝한 해명, '감청영장 거부'가 능사?)

이 대표는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수도권 고검·지검 대상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이 지난 13일 밝힌 '감청 영장 불응' 방침에 대해 "1주일치 모아서 주는 것을 더 이상 안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며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려면 설비가 필요한데 우리는 설비도 없고, 설비를 갖출 의향도 없다"고 했다. 그는 "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감청 영장은 실시간 감청 장비를 갖춰놓고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그 동안 이용자 프라이버시에 대해 고민이 적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과거에는 법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감청영장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협조한 건데, 이제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감청) 영장 불응이 법질서를 지키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즉 '감청'이란 통신상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수사기관이 엿듣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간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사실상' 감청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피의자들의 대화를 저장해 보관했다가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해 왔으나 더 이상은 이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과거의 통신기록을 제공하는 것은 감청 영장이 아닌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었을 때 하는 게 맞다는 비판에 대한 답인 셈이다.

이 '감청 논란'은 이날 국감 내내 화두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감청은 실시간으로 엿듣는 건데, 실시간으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카카오를 대상으로 감청 영장을 청구했다"며 부적절한 영장 신청 및 발부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비판을 했다. "현재 시점이 아니라 과거의 것을 모아서 주는 거라 현재의 감청영장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운데)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에 대해 "감청 영장은 미래 일정 기간의 통신 내용을 알려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기술적 문제로 통신사에 위탁한다. 위탁 당시에는 통신이 완료된 게 아니고, (나중에) 모아서 3~7일 대화 내용을 받는다. 적법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법하다고 단정할만한 영장 집행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논란이 있으니 문제점과 개선할 게 있는지를 검토하고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검장은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에 이 대표의 '영장 불응' 회견에 대해 "회사에서 고육지책으로 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법원에서 받은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하는 것인데 거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김수남 중앙지검장 "감청영장 직접 챙기겠다…'핫라인' 등 과한 표현 송구"

이른바 '사이버 검열'(☞관련기사 : 검찰 '사이버 검열' 논란 증폭…포털 글 삭제 요청까지?) 문제는 며칠째 국감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날은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까지 나서 "대검이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적절치 못한 표현을 쓰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며 "보도자료에 사용한 '즉시 삭제' 표현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인상을 줬다"고 질책했다.

김 지검장은 이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은 피해자 구제 등을 위해 긴밀히 협조한다는 뜻"이었다며 "'핫라인 구축'이라는 과한 표현으로 적시됐다. 자료의 사려 깊지 못한 표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실시간 모니터링'하겠다는 게 '리얼 타임'으로 모니터링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공개된 사이트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사용했는데 그런 용어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검장은 온라인 도·감청에 대한 불안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그동안 감청영장은 실무적으로 차장검사가 전결했는데 앞으로 검사장(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인 제가 전 사건을 다 결재하고 지휘감독하는 식으로 바꾸겠다"며 "제3자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도록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 것만 압수수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사이버 전담팀은 명예훼손의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설치됐다"며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는 변함없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전날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유관기관 실무자 2차 회의를 열어, 상시 모니터링 및 포털에 대한 직접 삭제 요청은 하지 않기로 정리했다. 이 회의체가 가진 직전 회의(1차 회의)가 바로 카카오톡 감시 논란을 초래한 지난 9월 18일의 대검 주재 회의였다. 2차 회의에는 1차 때와는 달리 업체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윤수 대검 선임연구관은 2차 회의 후 기자실을 찾아 "사이버공간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나,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확산 속도 빠르고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범죄"라며 수사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통령 등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알려진 공인의 경우 고소·고발 등으로 2,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악의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허위 사실로 인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면 고소·고발·진정 없이도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됐다.

다만 최 연구관은 "검찰은 소위 사이버 검열 또는 사찰을 하지 않고 있고, 할 수 있는 권한도 없으며, 법률·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포털사에 대한 임시 조치나 (게시물) 삭제 요청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감청 영장으로 사실상 압수수색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바일 메신저 운영 업체들이 통신사들처럼 실시간 감청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구축하도록 해야겠다"며 오히려 감청을 본격화하자는 입장을 보여 추가 논란을 예고했다.

검찰이 게임 접속정보, 의료정보도 들여다봤다?…게임업체 "사실무근"

이날 국감장에서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마구마구'와 '리니지' 등 유명 온라인 게임을 만든 게임회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경찰과 검찰이 이들 업체들이 제공한 사이트에서 이용자들의 채팅 등 통신기록을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사이트 관련 영상"이라며 'CRIN'이라는 인터넷 사이트 화면을 공개하고 "(이 사이트는) 경찰과 검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들어가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수사전용 사이트"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업체들이 만든 사이트로 보인다"며 "수사기관이 무슨 요청을 했고, 수사기관 전용 사이트를 만든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이 사이트에 대해 "특정 아이디 사용자를 주민등록번호로 조회해 게임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어디서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는 사이트로 안다"고 진술했다.

김수남 지검장은 이에 대해 "중앙지검에서 사이트를 이용한 것(수사방법)은 없다고 안다"며 "이 사이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답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해당 업체들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나, 사이트의 성격에 대한 설명은 제각각이었다. 엔씨소프트 측은 "언급된 사이트는 공문의 접수·발송 여부만을 확인하는 사이트"라고 했고, 넷마블은 "접속기록만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이며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두 업체는 공통적으로 "통신자료 요청에 대한 기업(전기통신사업자)의 회신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고등법원 판결(2012년 12월 3일) 이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나, 이를 뒤집으면 2012년 12월 이전에는 접속기록 등을 수사기관에 제공해 왔다는 말이 된다.

법사위 밖에서도 '사찰' 논란은 있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집적된 개인 의료정보를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정보 외부 기관별 제공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까지 지난 4년6개월 동안 총 435만1507건의 건강보험 의료정보가 검찰과 경찰에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일평균 2649건(검찰 537건, 경찰2112건)으로, 계좌추적(953건)의 2.8배, 통신감청(6.8건)의 389배"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건보공단은 계좌추적이나 통신감청과 달리 법원의 결정이나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경찰이 요청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심지어 내사와 수사착수 단계에서부터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까지 만들어 운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 목적이라는 이유로 영장도 없이 병원 진료내역과 의약품 구입내역 등 개인 의료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정보 제공 후 사후통지 의무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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