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여 간 근무한 회사에서 출산전후 휴가를 요청했더니 한 달만 쉬고 나오라고 한다. 노동법엔 90일이 보장돼 있으니 60일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곤란하다며 한 달만 쉬고 출근하라고 강요했다. 알아서 그만두라고 하는 것 같다." (광주여성노동자회 상담사례)
정부는 출산을 독려하지만 임신한 여성 노동자는 여전히 임신으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법으로 보장된 휴가를 보장받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81%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과 관련해 불안한 마음에 상담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오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10개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운영하는 '평등의 전화'로 걸려 온 상담사례를 분석해 발표했다.
모성권 관련 상담 1위가 '육아휴직'
전체 상담 요청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제일 압도적인 것을 근로조건(40.8%)에 대한 상담이었다. 이어 모성권 관련 상담이 36.1%로 두 번째로 많았다. 성희롱 관련 상담은 전체의 13.9%, 폭언폭행 관련 상담은 2.7%, 성차별 관련 상담은 1.1%였다.
이 가운데 모성권 관련 상담을 다시 세분해 분석한 결과, 육아휴직 관련 상담이 44.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출산전후휴가 관련 상담이 전체의 36.5%로 출산 후 육아를 위한 휴직과 관련한 문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밖에도 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과 관련한 상담이 6.8%, 임신·출산으로 인한 해고에 대한 문의가 3.5%를 차지했다.
상담 전화를 찾은 임신·출산 여성 노동자의 91.4%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겪었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여성 노동자는 안산여성노동자회를 찾아 "2013년 임신 7개월 차에, 구석 자리로 이동조치 되고 업무상 필요한 전화기마저 지급받지 못했다"며 "출산전후휴가를 다녀오고 나니 여성직원이 한 번도 발령받은 적이 없는 과로 발령이 났다"고 호소했다.
"법에 처벌조항 있어도 법 어기는 기업 정부가 방치"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같은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핵심 이유로 정부의 책임 방기를 꼽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에게 90일의 산전후휴가를 의무적으로 주도록 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조항까지 두고 있지만 정부가 실제 문제 기업을 처벌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단체는 "고용노동부는 출산휴가를 주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질의회신에서 '사업장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민원을 제기해 도움을 받으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 "상담사례를 볼 때 여성들의 자기 권리에 대한 의식은 높아졌지만 사업장은 여전히 임신과 출산 등을 사적인 문제로만 취급하고 있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법제도가 지켜지도록 보다 강력한 사업장 관리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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