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와 사드 '잘못된 거래' 초읽기

[정욱식 칼럼] 사드 배치, 중국 눈치 보자는 게 아니다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라는 '잘못된 거래'가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이다. 이 와중에 '왜 우리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눈치를 봐야 하느냐'는 감정적인 주장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더구나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한 적은 없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중국 민간 전문가와 언론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경고하고는 있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 2014년 5월 28일 한 기자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라는 보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중국 대변인은 "불확실성, 복잡성, 민감성이 한반도 정세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MD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도 분명합니다. 우리는 아시아 지역에 MD 배치가 지역 안정 및 전략적 균형을 저해한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미국이 이 지역의 관련 당사국들의 합당한 우려에 대해 심사숙고하기를 바랍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월 3일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에는 공개적으로 '심사숙고'를,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신중 처리'를 요청한 것은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중국 관영 매체와 싱크탱크, 그리고 전·현직 고위 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드 배치 시 한중 관계가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사드로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용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론이다. 중국의 ICBM은 내륙 깊숙이 있어 사드용 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 밖에 있고, 또한 ICBM은 사드의 요격 고도보다 훨씬 높이 날아가기 때문에 사드로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건 MD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한 것이다. MD는 크게 미국으로 날아오는 ICBM 요격용인 '본토 방어용'과 해외 주둔 미군 및 동맹국 방어용인 '지역 MD'로 나뉜다. 그런데 사드는 기본적으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인 '지역 MD' 체제의 일부이다. 쉽게 말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그건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ICBM를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단거리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 기지를 방어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중국은 왜 반대하는가?

그렇다면 중국은 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북핵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함께 MD 능력을 강화할수록, 북한은 "핵 억제력 강화"로 맞설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고,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미국 역시 재균형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를 MD로 삼고 있다. 또한 미국은 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려고 한다.

끝으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 심장부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리고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고 있다. 동북아 분쟁 발생시 개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중국은 양안 사태든,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든,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을 사활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사드 배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한국 땅에 사드가 들어온다면, 세계 최대 미군기지 가운데 하나이자 중국과 가장 가까운 평택·오산 기지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중간의 무력 충돌시 핵심 관건 가운데 하나는 평택·오산 기지가 대중국용으로 전환될 것인가의 여부에 있다. 이들 기지에서 출격한 미군 전투기는 공중 급유를 받지 않고도 중국의 심장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평택·오산 기지가 자신을 향한 발진기지가 되는 것을 억제하는 유력한 방법이 바로 동부 해안에 배치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패트리엇을 배치한 데 이어 사드까지 들여오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대중국 군사적 개입력은 높아지고 중국의 대미 억제력은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눈치 보자는 게 아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주권 국가인 우리가 왜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미·중 간에 무력충돌 시 한국이 미국의 군사기지가 되면, 그건 국제법으로 한국이 중국에 적대 행위를 하는 셈이 된다. 중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해도 항의할 근거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미 양국이 중국에게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하는 이유는 북핵이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아도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를 저해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합리적인 우려를 ‘눈치 볼 필요 없다’며 묵살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일방주의로 북핵 및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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