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 참사 접근법, 日 우익 닮았다

[단비칼럼] 강제연행 해놓고 '임의동행' 호도…진상규명 꺼리고 2차 피해 생산

일본은 줄곧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그 핵심은 ‘종군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일본의 인식이 다시 외부에 드러났다. 지난 9월 14일 아베 총리는 <아사히신문>의 기사 취소 사건을 이용하여 “일본군이 유괴범처럼 집에 들어가 소녀들을 납치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기사를 본다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다. 이것이 잘못된 팩트라는 것을 <아사히신문> 스스로 더 노력해 (세계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녀들이 군인에 의하여 납치되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동행했다는 것이다. 종군위안부 동원은 불법적인 전쟁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강제성’이 불법의 핵심이므로 문제없다는 아베의 착각

발단은 <아사히신문>의 종군위안부 관련 특집 기사 취소 사건이었다. <아사히신문>은 1982년 8월 이후 여러 차례 보도했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의 발언을 최근 취소했다. 요시다는 제주도에서 200여 명의 젊은 조선 여성을 종군위안부로 강제동원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사히 신문>은 증거를 찾지 못해 기사를 취소했다. 이를 빌미로 일부 정치인들은 종군위안부 동원과정에 정부와 군의 개입과 강제성이 있었다고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의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가 1년 8개월 동안 일본이 점령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후 발표되었다. 한 명의 기억, 한 곳의 위안소, 한 국가의 조사만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노 담화는 광범위하고 충분한 조사 끝에 “위안부의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 경우에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이 있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하였다는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또한,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태 하에서의 참혹한 것이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고노 담화는 <아사히신문>의 기사로 좌우될 만한 내용이 아니다.

문제는 일부 일본인들이 동원의 강제성이 불법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종군위안부 모집과정에서 강제로 납치하지 않았고 소녀들이 순순히 따라나섰다면 불법성은 인정되지 않는 것인가?

억압된 상태의 임의동행이라면 ‘불법 강제연행’이다

이 논쟁은 우리의 과거 군부독재 시절 임의동행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우리는 거리에서 경찰관이 검문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경찰서로 동행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나도 몇 번 당했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것이 요구가 아니라 강제였다는 것을 알겠지만, 일단 ‘요구’라고 하자. 이때 시민이 이에 응하여 경찰서로 가면 이것은 합법적인 임의동행인가 아니면 불법적인 강제연행인가? 이것이 임의동행 논쟁이었다. 시민의 자발성을 중시하면 합법적인 수사가 된다. 경찰의 압박을 중시하면 불법적인 연행이 된다.

임의동행 논쟁은 불법적인 연행인 것으로 끝이 났다. 우리 대법원은 아무리 외관상 자발적으로 동행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연행이라고 본다. 확립된 대법원 판례이다. 국가공권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국가공권력을 마주한 개인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국가는 엄청나게 힘이 세고 항상 옳다는 인식은 개인을 심리적으로 무장해제 시킨다. 국가와 개인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 이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①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②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③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④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만 임의성, 자발성이 인정된다고 본다.
어린 종군위안부 소녀는 이중 삼중의 피해자였다

대법원의 논리를 종군위안부 동원 과정에 대입해 보자. 종군위안부 동원 과정이 합법적이려면 먼저 동원에 앞서 소녀나 그 가족들에게 동원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소녀가 언제든지 위안소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야 한다. 동원과 체류가 소녀나 가족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졌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었다. 일본은 지배자인 제국이었고 조선은 피지배자인 식민지였다. 남성은 지배자였고 여성은 피지배자였다. 어른은 지배자였고 소년, 소녀들은 피지배자였다. 이중, 삼중의 억압과 차별이 어린 소녀였던 종군위안부에게 집중되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자발적으로 종군위안부에 응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우연히 한 두 개의 예외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대규모의 동원은 억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 두 명의 기억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대체할 수는 없다.
종군위안부 동원을 둘러싼 논쟁은 관점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종군위안부를 동원하는 국가의 입장과 동원을 당하는 시민의 입장의 차이이다. 국가는 강제로 동원하지 않았다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하는 시민은 그렇지 않다.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와 시민의 완전 평등, 제국과 식민지의 완전평등, 남성과 여성의 완전평등, 어른과 소년․소녀의 완전평등은 지금까지 존재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을 가로막고 왜곡한다. 국가, 가해자의 관점은 극단적인 경우 과거를 망각하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강요한다. 비슷한 사태의 재발도 막지 못한다. 피해자들은 사회적 소수로 전락하고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원상회복을 말하지 않는다. 슬프고도 안타깝지만 지금 세월호 유족들에게 벌어지는 현상도 이와 유사하다.
아베 발언은 가해자 국가의 관점…인권중심의 세계 질서와 자꾸만 멀어져

국가의 관점과 시민의 관점은 하나가 되기 어렵다. 그러나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 최소한 긴장관계이어야 한다. 국가가 시민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시민은 국가를 자신의 권리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공권력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궁극적인 장치는 시민의 권리이다. 여기의 시민은 개인일 수도 있고 조직일 수도 있다. 조직이 더 바람직하지만 한 개인이 더 큰 힘을 발휘한 사례도 많이 있다.

국가의 관점과 시민의 관점은 하나가 되기 어렵지만 중간지점은 찾을 수 있다. 그 절충점은 인권이다. 인권은 구체적이다. 단 한명의 인권이라도 귀중하게 여긴다. 국가가 사람을 서류 속의 숫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 대접해야 한다. 인권은 권리다. 국가가 베푸는 은혜가 아니라 시민이 가지고 있는 기본 권리이다. 시민이 국가에 대하여 당당하게 요구하고 강제할 수도 있는 권리이다. 이로써 국가가 자제하여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통제로 국가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시스템이 된다.

일본 아베 수상이나 일본 우익들의 종군위안부 관련 발언은 가해자인 국가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이들이 시민, 식민지, 여성, 소년․소녀라는 피지배자의 관점을 이해하지 않는 한 일본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이미 인권이 주요 가치가 되었고 소수자, 피해자의 관점이 인권의 주류를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본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일본은 종군위안부라는 이중 삼중의 피해자 인권을 해결하지 않고는 세계인권의 수준을 높일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인권에서 멀어지는 일본이 안타깝지만 이럴수록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종군위안부의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국가를 뛰어넘는 미래의 공동체가 기반해야 하는 가치 중 인권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김인회 교수의 <단비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입니다. 필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낸 김인회 교수는 <단비칼럼>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사법제도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올곧은 해법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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