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어민과의 대화
준공한 지 만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4대강 사업은 해마다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 담수 이후 3년 연속 반복되는, 조류의 대량 증식 현상인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에 이어, 올 여름에 크게 논란이 됐던 것이 바로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증식 사태였습니다.
정체 수역의 지표종이자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출현은 4대강 사업 전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4대강이 강이 아닌 호수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주었습니다. 또 큰빗이끼벌레라는 이 외래종 낯선 생명체의 출현은 강의 생태계가 이전과는 달리 심각하게 교란당하고 있다는 것 또한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수년째 큰빗이끼벌레를 연구하고 있는 강원대 환경연구소의 최재석 교수의 설명대로, 이들은 수초와 바위 틈 등 물고기와 조개 등 어패류의 서식처 및 산란처에 대량 증식해 어패류의 서식 환경을 잠식, 강 생태계를 심각히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로 4대강에서 어패류들이 산란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런 과정이 길어지면 강의 생태계가 완전히 괴멸될 수도 있기에 이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생태적 재앙과도 같은 현실은 최근 만난 낙동강의 한 어부의 입을 통해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낙동강에서 수년째 조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만선(가명) 어부를 인터뷰하며 재앙과 같이 바뀐 낙동강의 수생태 환경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부의 육성으로 4대강 사업 후 낙동강 수생태 환경의 실상을 폭로해봅니다. (이 인터뷰와 관련해 어부가 겪을 수 있는 불이익 등을 감안해 그의 실명과 구체적인 인터뷰 시기·장소를 밝히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필자)
큰빗이끼벌레 아직도 여전하다
기자 : 올 한해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이 낯선 생명체는 낙동강에서 언제부터 보이기 시작했나?
어부 : 올해 4~5월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그물을 쳐놓으면 그물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심각히 증식을 해 그물을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물의 큰빗이끼벌레로 봐서 강바닥과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큰빗이끼벌레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조업을 오랫동안 해온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이상한 생물은 사실 10년 전부터 보이긴 했다고 한다. 이놈들이 강 가장자리의 정체된 수역에서 가끔 보이긴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때는 전혀 심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물에 걸리지도 않아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이놈들 때문에 고기가 잡히지 않아 정말 미치겠다.
기자 : 최근 늦장마도 지나고 9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다. 지난 비에 큰빗이끼벌레가 다 떠내려갔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어부 : 누가 그런 소릴 하는가. 아직 그대로다. 아니 더 심하다. 고속세척기를 가지고 들어가서 씻어내지 않으면 조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달라붙어 있다. 미치겠다.
기자 : 그럼 녀석들이 왜 이렇게 증식하는지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부 : 유속인 것 같다. 왜냐하면 작년도 올해와 비슷한 조건인데 큰빗이끼벌레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가 작년 같은 경우는 녹조 현상 때문에 그렇겠지만, 안동댐에서 방류를 계속 좀 했다. 그런데 올해는 가뭄 때문인지 안동댐에서 전혀 방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 흐름이 정말 전혀 없었다. 아마도 그 원인으로 녀석들이 대량 증식하게 된 것 같다.
기자 : 그물에 녀석들이 저렇게 달라붙어 있으면 조업이 상당히 힘들 것 같다. 물고기는 예년에 비해 잡히는 것이 어떤가?
어부 : 4대강 사업 전보다 1/10 정도로 심각하게 줄었다 보면 된다. 강에서 물고기들도 다니는 길이 있고, 숨어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준설공사로 강바닥을 다 파헤쳐 놓았으니 물고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올해는 큰빗이끼벌레까지 등장해 일주일 잡은 양이 지난해 하루 잡은 양보다 적다. 굶어 죽게 생겼다. 4대강 사업 후 강의 변화를 보면 어민들 입장에서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고기들의 서식처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주로 잡는 것이 붕어나 잉어인데 그들의 치어가 없다. 중간 사이즈와 새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잡히는 것은 성어들뿐이다. 정말이지 곧 잉어나 붕어 등의 씨가 마를 것 같다. 향후엔 낙동강에서 조업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니 우리 같은 어민들에겐 재앙과 다름없다. 저렇게 보로 가두어 둔 많은 물을 도대체 어디다 쓸 것인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저놈의 보가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저 보를 빨리 걷어내지 않으면 재앙을 피할 길이 없다.
물고기의 씨가 마를 것이다
기자 : 말씀대로 물고기가 씨가 말라서인지 정부에서 치어를 방사하던데, 그런 효과는 없는가, 정부에서 어떻게 해야 될 것으로 보는가?
어부 : 정부나 지자체에서 종종 치어를 방사한다. 그러나 그거 해도 아무 소용없다. 아무리 치어 등을 방사해봐야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안 된다. 배스 같은 놈들에게 다 잡아먹혀버린다. 호수에서나 사는 배스나 블루길이 낙동강을 잠식한 것도 참 문제다.
흐르는 강으로 생태계를 먼저 과거처럼 만들어 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한다. 물고기가 한 번에 알을 얼마나 낳는지 아는가? 한 번에만 몇만 개의 알을 낳는다. 고작 수백 마리의 치어 방사 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를 열어야 한다. 보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수질도 깨끗해지고 수위도 낮아져 수초 등이 자라고 물고기들의 서식처와 산란처 등이 되살아나 생태계가 회복된다. 정부가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기자 : 재작년에 일어난 물고기 때죽음 사태와 올해 칠곡보에서 일어난 강준치 떼죽음도 큰 논란거리가 됐다. 그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부 : 그 문제도 서식처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본다. 10월 말~11월 가을로 접어들 쯤엔 고기들도 겨울을 날 곳을 찾는다. 그런데 준설 등의 영향으로 겨울 서식처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2012년 그 해가 4대강 사업 준공 후 맞는 첫 겨울이었다. 그러니 물고기 입장에서는 너무나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것이다. 그런 원인으로 떼죽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강도 살고 어민도 살기 위해서는 보를 해체해야
어민의 배에 동승해 낙동강에서 건져올린 그물을 직접 본 순간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그물은 물고기 대신 큰빗이끼벌레가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심각했다. 그런데 비단 그물 뿐이겠는가? 녀석들에게 잠식당한 낙동강의 상태가 어민의 말마따나 '재앙'과 다름없는 것 같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강에 인간도 살 수 없습니다"란 어민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적어도 낙동강 어부들은 더 이상 낙동강에서 고기를 잡아서는 살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의 어민들의 생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 어민도 살고 낙동강도 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 문제의 보를 걷어내고 예전처럼 강을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주십시오."
낙동강 어민의 간절한 호소다. 정부는 이 어민의 호소에 답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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