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을 때까지 우리 아이 놓지 못합니다"

[뉴스클립]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의 편지

"17살, 이제 거울 보고 면도를 시작해보고 여자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던 아이… 아무 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에게 애교 떨며 하얀 이를 내놓고 해맑게 웃는 내 이쁜 아들...아직도 실감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 불쌍하고 무능력한 부모… 모든 것이 전부였던 내 보물… 비가 오면 삼겹살 먹고도 저녁엔 1인 1닭 비비고 쪽쪽대고 쓰다듬어주고 어루만지던 그 전으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부모가 눈감고 숨 거두는 그 순간까지는 울 애기를 놓을 수 없는 현실…."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거부했다.

자신을 '예은이 삼촌'이라고 밝힌 유가족은 "생때같던 자식을 잃고 제발 아이들 죽은 이유나 가르쳐달라고 힘 없이 외치는 유가족"이라며 "지난번 청와대 방문 시 저희에게 (언제든 만나겠다고) 말씀하신 대로 실행해 주시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예은이 삼촌'은 "맘껏 소리 내서 울어도 보고 싶고 맘껏 아이 이름 외쳐도 보고 싶습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맘속에 응어리를 풀자고 하기엔 먼저 보낸 아이들 눈빛이 너무나 가엾고 억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저희 손을 잡아주십시오. 잡아주시는 손은 부모 손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 손입니다"라고 재차 면담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가 17년을 키워온 자식을 잃은 아비가, 왜 죽었는지를 알려달라며 40일을 굶어 죽기 직전까지 가서 한 번 만나 달라고 요청하는데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만나주지 않는 겁니까"라며 "우리 유족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진실을 알고 싶다고 외쳐온 지 130일이 지나갑니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도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데 우리 유족들의 계절은 4월 16일에 멈춰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깨어진 지 오래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노숙에 익숙해져 갑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님! 눈을 들어 바로 코앞을 보십시오. 바로 당신 앞에 세월호 유족들이 피 흘리며 주저앉아있습니다"라고 자신들의 심정을 설명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지금 제 아이 방에는 정리하다 만 박스들이 널려 있습니다. 문득문득 내가 지금 무얼 하나 싶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힘없는 엄마는 무얼 하고 있는지요? 소중하고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제 딸 아이의 추억들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고 싶은 게 작은 소망입니다"라며 "보잘것 없는 엄마의 소원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운동사무소 앞에 갇힌 지 4일째"라며 "우리는 청와대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여기에서 기다리겠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도 우리 가족들은 대통령께 재차 면담을 요청 드린다"라며 "아이들을 잃고, 가족을 잃고 길을 헤매는 우리를 만나달라. 그리고 유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님께 결단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아래 유가족이 청와대에 보내는 편지 내용들.

● 대통령님 유가족들의 간곡한 요청입니다. 단 한번이라도 저희에게 하셨던 약속을 지켜주세요. 130일이 지난 지금까지 저희는 기다렸고 앞으로도 기다릴 겁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안 만나 주시는지 작은 소시민으로서 이해가 안갑니다. 저희들도 분명한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이 나라에 계속 살게 해주세요.

● 세월호 특별법은 생명법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생명을 위한 항명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이윤보다 생명입니다. 더 이상 벼랑으로 밀지 말아주세요.

● 대통령님. 진도 체육관이랑 청와대에서 유가족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는지요. 대통령님, 저희는 기다리겠습니다.

● 우리 유가족이 필요한 것.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그것만 알고 싶네요. 다 필요 없으니 그것만 가르쳐 주세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입니다.

● 한 사람의 인간으로 가슴으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행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걸 떠나서 인간으로...

● 우리 유가족에게, 국민에게 하셨던 약속. 언제든지 다시 만나겠다는 그 약속!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 우리 부모들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 내 딸이 나와 같이 있지 않는지, 내가 왜 여기에 와서 대통령님께 편지를 써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 싫습니다.

● 대통령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님, 저희는 유가족입니다. 또한 지금 제 곁에 있는 모든 분들이 유가족입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아니군요. 저희는 “세월호” 유가족이군요. 생때같던 자식을 잃고 제발 아이들 죽은 이유나 가르쳐달라고 힘없이 외치는 유가족이군요. 제발 가르쳐주십시오. 부모로써 자식 앞세운 이유라도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욕심인가요? 지난번 청와대 방문 시 저희에게 말씀하신대로 실행해 주시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인가요? 저희는 정치도 싫고 시위? 이런 것은 정말 싫답니다. 저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 편하게 보내주고 싶을 뿐입니다. 지난번에 경황없이 저희들을 만나셔서 저희들의 진심을 다 못 보신 듯합니다.
지금 바로 앞에서 저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하지만 마시고 한번 만나주세요. 만나보시면 저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도 이제 진정한 유가족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맘껏 소리 내서 울어도 보고 싶고 맘껏 아이 이름 외쳐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 맘속에 응어리를 풀자고 하기엔 먼저 보낸 아이들 눈빛이 너무나 가엽고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저희 손을 잡아주십시오. 잡아주시는 손은 부모 손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 손입니다.
제발 희망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2학년 3반 예은 삼촌이 드립니다.

● “세월호” 특별법은 나라를 구하는 법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대통령만 모르는 우리나라의 구조를 왜 모르십니까? 왜 우리 아이여야만 합니까? 서글프고 힘없고 빽없는 이 부모들은 어찌해야만 하나요. 믿게 해주세요.

●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지도력을 보여주십시오. 한 인간으로서 하신 말씀에 책임을 지십시오.

● 50년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 조국 대한민국은 정이 넘쳐나는 아름나라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이후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제 눈이 이상해진 걸까요?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진 탓일까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가 17년을 키워온 자식을 잃은 아비가, 왜 죽었는지를 알려달라며 40일을 굶어 죽기 직전까지 가서 한 번 만나줄 것을 요청하는데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만나주지 않는 겁니까? 우리 유족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진실을 알고 싶다고 외쳐온 지 130일이 지나갑니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도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데 우리 유족들의 계절은 4월 16일에 멈춰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노숙에 익숙해져갑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눈을 들어 바로 코앞을 보십시오. 바로 당신 앞에 세월호 유족들이 피 흘리며 주저앉아있습니다.

● 대통령님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저희도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특별법 제정 약속을 해주십시오.

● 대통령님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유가족 언제든지 만난다고. 유가족 뜻 반영한 특별법 제정하여 국가 개조 이루겠다고. 그 약속 잊으신 겁니까. 아니면 외면하시는 겁니까. 대통령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에서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죽어가는 유민 아빠를 늦기 전에 빨리 만나주십시오. 유가족의 소리를 들어주십시오.
2학년 1반 이수연 아빠 드림

● 대통령님께!
참... 직접 뵙고 손도 맞잡고 진심어린 위로를 드린다는 말도 듣고 우리의 말을 손글씨로 메모까지 해가며 경청을 하고 결국엔 TV 안에서 눈물로 약속까지 하셨죠.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나라의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마냥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결국엔 우리 아이들처럼 기다리란 말을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꼼짝없이 죽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배 안에 갇혀 물속에서, 우리들은 경찰 버스에 막혀 청와대 앞 길바닥에서...
대통령님! 나라의 근본은 국민이 아닌가 봅니다. 나라의 근본은 권력이며, 힘이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사람들의 집단인가 봅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양심에 손을 얹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 꼭! 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살면서 정말 다시없는 결단을 내렸음을 꼭 깨닫게 되실 겁니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으로 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경찰버스 좀 치워주세요. 더워요. 아이들은 물속에서 부모님은 경찰차에 둘러싸여. 한숨밖에 나오지 않네요. 우리도 편안히 집에 가고 싶어요!
2학년 2반 24번 윤솔 아빠 드림

● 대통령님!
저에겐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지금 제 아이 방에는 정리하다 만 박스들이 널려 있습니다. 문득문득 내가 지금 무얼 하나 싶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힘없는 엄마는 무얼 하고 있는지요? 소중하고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제 딸 아이의 추억들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고 싶은 게 작은 소망입니다. 보잘 것 없는 엄마의 소원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 대통령님 갑자기 이러한 대형사고와 더불어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신 것으로 그 진상규명을 꼭 해야 된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이렇게 법 제정을 저희 유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하는 유민 아빠와 저희들은 반드시 그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던 이유를 알아야 부모로써 나중에 천국에 가서 만나더라도 떳떳하게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되어서 이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하면서 복되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저희 자식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에 우리와 같은 유가족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발 안전한 나라 되게 해 주세요. 수사권, 기소권 특별법을 통과시켜주세요.

● 대통령님, 단원고 2학년 부모입니다. 단 하나의 소원뿐입니다. 사랑하고 이쁜 딸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진실 규명을 해주십시오.

● 대통령님께!
이 나라에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제 딸 아이는 지금 하늘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른들의 이 행태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저희 부모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 저희가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저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대통령께서 하신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시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됩니까? 언제든지 찾아오라던 약속과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시겠다던 약속을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

●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질, 조건의 으뜸이라 봅니다. 약속은 대통령의 조건이라기보다 사람다움의 조건이 아닐까요? 지켜주십시오. 2학년 4반 최성호 아빠

● 대통령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모범을 보이십시오.

● 세상에는 많은 죽음이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부모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그러나 우리 유가족은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자식의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한을 풀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대통령님께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아십니까.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부모의 마음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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