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기춘, 이건희 풍자 그림은 전시 금지?

[뉴스클립] 광주시, 홍성담 화백 '세월오월' 작품 전시 불허 논란

박근혜, 박정희, 김기춘, 이건희 등은 풍자 대상이 될 수 없나. 그들을 풍자한 예술 작품은 전시하면 안 되나. 창작자에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나.  

광주시 공무원들은 이런 질문에 모두 ‘그렇다’라고 한다. 화가 홍성담 씨의 걸개그림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홍 씨는 오는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광주정신'전에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인 '세월오월'을 선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과 대인시장에서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힘차게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그려 넣었다. 군사정권이 휘두른 폭력이 세월호 참사와도 연결돼 있으며, 폭력에 맞섰던 ‘광주 정신’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고 치유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작품이다. 

홍 씨는 큐레이터와 작품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과 논의를 거쳐 박 대통령의 모습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하고 5월 시민군이 놀라는 모습을 함께 그려 넣었다.

이 작품에는 로봇 물고기가 되어 강을 헤엄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으로부터 짓밟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윤창중 전 대변인과 낙마한 문창극 총리 전 후보자의 얼굴도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광주시 공무원들이 그림 수정을 요구한 것.  

홍 씨는 "광주시 고위 공무원들이 '걸개그림에 등장하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빼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급장과 선글라스를 떼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홍 씨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묘사하며) 처음에는 닭을 그렸다가 큐레이터와 협의 끝에 허수아비로 그려 넣었는데, 광주시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터무니없는 수정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광주시는 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오월’ 작품은 그림 일부 내용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걸개그림을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외벽에 게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걸개그림의 제작 및 전시, 게시 등과 관련 일련의 관련자에 대해 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 씨는 "큐레이터와 작업을 상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시에서 대책회의까지 열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압력을 넘어 작가와 관계를 갑·을 관계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출장 중인 윤장현 시장도 "광주시가 비용을 부담하는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광주시가 홍 씨의 작품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6월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0돌 기념전에서 4대강 사업을 비하하는 홍 씨의 작품이 선보였지만, 광주시의 요구로 다른 작품으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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