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패배…무너진 '진보의 기둥'

진보정당 한계론 등 파급 커질 듯…야권 재편 오나

노회찬이 졌다. 진보정당에 속한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노회찬 후보도 새누리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노회찬 개인과 정의당을 넘어 진보정당 운동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패배다.

노 후보는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929표, 1.21%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관련기사 보기)

노 후보의 패배는 우선 '대중적 진보정치인'의 대표 주자였던 노회찬 개인에게 큰 타격이다. 노 후보는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었고, 2012년 총선 당시 출마했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출마-당선으로 잃었다.

이런 가운데 치러진 이번 재보선이 그의 정치일선 복귀 시험대였으나, 결국 다음 기회는 빨라야 다음 총선에서야 주어지게 됐다.

▲지난달 27일 선거유세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운데)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노회찬 선거운동캠프


패배의 의미는 노 후보 개인보다 정의당에 더 클 전망이다. 정의당은 동작을 선거에 사실상 당운을 걸었다. 경기 수원병·정에 출마했던 당 대표와 부대표가 모두 사퇴하고 노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당 부대표이자 대변인인 이정미 전 수원병 지역 후보는 사퇴 회견에서 "정의당은 노회찬의 승리를 통해 국민적 요구를 실현할 것이고 정치가 국민을 보살피는 개혁의 길을 만들 것"이라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번 패배로 정의당은 현실정치에서의 독자적 생존 능력을 의심받을 만한 타격을 입었다. 일부 정의당 지지자나 범진보진영 내에서 나왔던 '안철수도 들어간 마당에, 차라리 새정치연합과 합치라'는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 전체로 시선을 넓혀 보면, 이른바 '야권연대' 전술의 유효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유기홍 대변인을 통해, 야권연대에 대해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정도 영향은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평했다.

정치 선진국에서 정당 간의 협력에 의한 연정은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한 공세를 펴면서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가 야권연대에 부정적으로 형성된 것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연대의 패배가 미친 영향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참패에서 드러났듯, 진보정당은 물론 새정치연합마저도 새누리당에 단독으로 맞설 역량이 없는 상태다. 이른바 '자강론', '독자 노선'은 몇년 후를 목표로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가늠조차 어려운 셈이다.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다시 머나먼 미래를 바라보고 씨를 뿌리는 긴 여정에 나설 것인지, 당장의 현실정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야 할 것인지 또다시 고약한 선택을 강요받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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