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기초연금, 얼마나 더 망가뜨릴 건가"

25일 기초연금 첫 시행…연금행동 "대선 공약대로 기초연금 지급해야"

박근혜 정부 들어 시행된 첫 기초연금이 노인들에게 지급된 25일, 노동시민단체는 정부의 새 기초연금 제도가 기존 기초노령연금 제도보다 후퇴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25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이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집무실이 있는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차별 없이 기초연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연금행동은 기존 기초노령연금 제도보다 현행 기초연금제도가 직장 가입자인 청장년 세대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에게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기초연금 '공약 사기', 대선 전부터 치밀하게 기획됐다)

"직장인이 봉? 미래 세대, 10만~20만 차등 지급"

▲ 첫 기초연금이 지급된 25일 연금행동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차별 없이 기초연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시킨 점에 대해 연금행동은 "앞으로 국민연금에 12년 이상 가입하게 될 청장년 세대는 기초연금 차등 지급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국민연금 저소득 장기 가입자는 고소득 단기 가입자보다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다"고 비판했다.

기존 기초노령연금 제도는 2028년까지 기초노령연금을 소득대체율의 10%인 20만 원으로 올리기로 규정했었다. 기존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존속했다면, 소득 하위 70% 청장년 세대는 2028년 이후 노인이 됐을 때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전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동함으로써 앞으로는 소득 하위 70%에 속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10만~20만 원까지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받는다. 정부가 미래 지급률을 떨어뜨린 것이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직장인은 국민연금에 의무 가입하는데, 정부가 직장인이 손해 보는 기초연금을 도입했다"며 "직장인, 노동자로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도 "청년들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될 것이 뻔한데, 정부가 청년 세대에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소득 연동→ 물가 연동으로 2036년 급여율 반 토막"

기초연금을 소득 상승률과 연동하지 않고 물가 상승률과 연동한 것도 숨겨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률은 소득 상승률보다 낮아, 물가 변동에 따른 기초연금 증가 수준이 소득 증가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는 탓이다.

기존 기초노령연금 수급액이 10만 원이었다가 이번 달부터 새 기초연금 수급액이 20만 원으로 오르므로 당장은 이익인 것 같지만, 기초연금 급여율은 8년 후인 2022년부터는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한다. 22년 후인 2036년에는 급여율이 기존 10%에서 5%로 반 토막 난다. (☞관련 기사 : "기초연금 정부안 통과하면 8년 뒤 급여 역전")

▲ 물가연동 기초연금은 기존 소득 연동 기초노령연금보다 미래 지급률을 떨어뜨린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에게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논란으로 현 세대 노인들 간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권자 노인들은 25일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받지만, 다음 달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20만 원이 도로 깎인다. 사실상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추가 혜택이 0원이다. (☞관련 기사 : 줬다 뺏는 기초연금, 복지부의 거짓말)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 운영위원장은 "세계 연금 역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황당한 기초연금이 대한민국에 도입됐다"며 "(계산 방법이 복잡해) 어르신들이 자기가 기초연금을 얼마 받는지 몰라 노후 설계가 제대로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오건호 공동 운영위원장은 "대선에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한다고 언제 얘기했고, 물가와 연동해 기초연금 가치를 떨어뜨리겠다고 언제 약속했느냐"며 "기초생활수급권자 어르신을 울리는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제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기사 : "어르신 90% 기초연금 받는다?…복지부 거짓말!")

기자회견이 끝난 뒤 연금행동은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기초연금 제도 개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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