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수원 전략공천 거부…광주도 '오리무중'

새정치연합 7.30 내분…밤샘 회의에도 결론 못내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선거 후보자 공천 작업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는 앞서 전략지역으로 선정한 광주 광산을과 경기 수원을(권선)·병(팔달)·정(영통)에 대한 공천 방침을 8일 하루 종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천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9일 자정을 넘긴 밤 12시 30분께까지 2차례 이상 정회하며 릴레이 최고위 회의를 열었다. 당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중에 무조건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었다.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후보등록을 앞두고 출마 지역구로 주소를 옮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 9일이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우세 지역인 광주와 수원 영통이었다. 광산을에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을 공천하자는 이야기가 최고위 석상에서 나왔지만 본인들이 강력히 고사해 논의 자체가 헛되게 됐다. 전략공천 대상자들의 의사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 천 전 장관 등 당내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참신한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결국 광산을은 회의가 시작될 때나 끝난 이후나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로 남았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차출하면서 뭔가 '준비된 카드'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헛된 기대에 그쳤다. 

영통에서는 당 지도부가 동작을 공천을 신청했다 배제된 금태섭 전 대변인을 투입하는 방안을 들고 나와, 일부 최고위원의 격한 반발을 샀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측에서는 금 전 대변인과 다른 영통 지역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새누리당 후보와 가상 대결을 붙인 여론조사 결과를 들며 사실상 '가장 경쟁력이 높은 금 전 대변인을 공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우원식 최고위원이 이에 격분해 회의 도중에 방을 뛰쳐나오는 등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 우 최고위원은 "기 전 부시장을 동작을에 내려꽂은 게 결국 안 대표의 측근(금 전 대변인)을 쉬운 곳에 배치하기 위함이었나"라고 항의했다. 우 최고위원이 '쉬운 곳'으로 표현한 영통은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였고, 20대에서 40대까지의 젊은 인구가 많아 야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영통 지역구에 출마를 신청한 박광온 당 대변인을 권선으로 옮겨 공천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통에는 박 대변인 외에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최고위원,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비판하며 검사직을 그만둔 백혜련 변호사 등이 출사표를 낸 상태다. 권선에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박용진 당 홍보위원장, 이기우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그러나 '금태섭 영통 투입' 카드 역시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진행된 헛된 논의였다. 영통 지역 문제로 지도부가 의견 대립을 벌이고 있던 이날 밤, 금 전 대변인 본인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미 한 지역에 출마선언을 했던 마당에 다른 지역에 출마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이 위아래 할 것 없이 크게 술렁였다. 금 전 대변인은 "최고위에서 과분하게도 저의 수원 배치를 두고 여러 의견과 격론이 많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수원에는 여러 훌륭한 분들이 출사표를 냈기 때문에 좋은 후보를 공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 전 대변인과 가까운 한 인사도 이미 이날 오후부터 "본인은 (수원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한 바 있다.

결국 이날 밤 9시 30분께 김·안 두 대표가 "최고위원들 입장을 들었으니, 대표들 간에 수원 지역에 대한 논의를 해 보겠다"며 잠시 정회를 요청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오전에 시작한 회의가 오후 2시 30분경부터 5시까지 정회된 것도 수원 지역 문제가 풀리지 않은 탓이 컸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9일 다시 최고위를 소집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손학규 상임고문을 수원 팔달 지역에 투입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 정도다. 이 결정에 대해서도 안 대표 측 최고위원들은 손 고문이 6.4 지방선거 기간에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손 고문이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에 항의하며 탈당한 이용섭 후보를 지원했고 "광주시장이 누가 되든 우리 식구"라고 말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도부 내에서나 출마 당사자들 간 의견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어서 정작 재보선 '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당력 소모가 지나치게 큰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김·안 두 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당내 486 그룹과 가까운 한 초선의원은 공천 갈등이 시작될 무렵부터 이미 '조기 전대론'을 들고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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