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영리 자회사에 환자 정보 유출?

[우석균 칼럼] 서울대병원 파업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서울대병원 파업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서울대병원은 스스로 '국가중앙병원'이라고 주장하는 국립병원이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영리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헬스커넥트라는 이 회사는 SK텔레콤이 50%, 서울대병원이 50%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그런데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무슨 사업을 같이할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이 SK텔레콤에 내준 것은 개인질병정보 편집저작물 이용권임이 유력하다. '전자의무기록(EMR)' 편집물을 '복제'하여 '배포'하고 또 이를 2차 가공한 자료를 만들 수 있는 독점권을 SKT에 준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말해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검진을 받으면 그 정보가 SK텔레콤에 고스란히 넘어가고 이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이건 의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닌가?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도 서울대병원 노동조합도 그렇게 생각했다. 여러 차례 정부와 서울대병원에 문제를 제기했고 자료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보 공개라도 해달라는 질의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이 보내온 답변은 영업비밀이라서 답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 정보가 위험하다

내 의료 정보를 가지고 장사를 하겠다면서 무슨 장사를 하느냐고 물어보니 영업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준단다. 민간 병원도 아닌 정부 세금으로 지어진 국립 서울대병원이 하고 있는 일이다.

▲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27일 서울대병원 로비 1층에서 파업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부가 무언가 제재를 하고 감시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정부는 완전히 거꾸로 나간다. 박근혜 정부는 '헬스커넥트'를 제재하는 대신, 모든 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할 수 있는 규제 완화의 근거로 이 '헬스커넥트'를 콕 집어서 활용까지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이미 하고 있으니 다른 병원도 영리 자회사를 허용해주겠다는 것. 바로 얼마 전 6월 10일 발표한 부대사업 확대와 이 부대사업의 '영리 자회사 가이드라인'이다. 그리고 이것이 서울대병원이 오늘(27) 파업을 벌이는 이유다.

내가 서울대병원에 가서 한 검사결과, 의사에게 말한 나의 개인사, 우리 가족이 가지고 있는 질병들, 이 모든 것이 '전자의무기록'에 담긴다. 그런데 이 의무기록을 SK텔레콤이 가져가서 배포할 수 있고 가공할 수 있다면? '고객님의 고혈압 당뇨병에 좋은 SK건강식품이 있습니다'는 전화나 광고가 오는 정도라면 귀찮은 정도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SK 계열사에 면접을 보는데 '어머니께서 정신과에 다니신 적이 있는데 자네는 괜찮나'라는 질문을 받게 될 수도 있다면?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정보조차 '사돈집에 무슨 나쁜 병이라도 없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에 넘어가는 직원이 거의 매년 나오는 판에 이 질병 정보가 사기업에 넘어가는 것이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전 세계 공공재란다. KT 해킹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통신회사 자료가 털리면 이제 당신의 주소와 계좌번호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가장 비밀스럽고 부끄러운 질병 정보까지도 같이 털릴 수 있다.

유럽에서 의료 정보 전산화나 원격 의료를 제한하는 이유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의료정보사업 '헬스커넥트'를 못하게 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근거로 다른 모든 병원이 이런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한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서울대병원, 외래센터 지어 각종 부대사업

또 서울대병원은 1000억 원을 들여 지하 6층 규모의 첨단외래센터를 짓겠다고 한다. 이 건물은 두산 재벌 등이 중심이 되는 컨소시엄이 투자한다. 이른바 BTL 방식이다. 서울대병원도 이 건물에 투자하고 두산 등에 매년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 임대료는 어디서 날까? 결국 환자에게서 나와야 한다.

또 여기에는 외래진료센터만 들어설까. 아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하는 병원 부대사업 범위에는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의료 관련 모든 사업이 다 들어간다.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판매나 의약품 판매, 의료기기 판매가 빠진다고 생색을 낸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하나도 빠지는 게 없다. 아예 식품판매업이 들어갔다. '건강식품'으로 팔리고 있는 것 중에는 유산균이나 비타민 등 대부분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그냥 '식품'이다. 의약품연구개발사업과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도 추가된다. 병원에서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판매는 판매업이 아니라 의사의 '처방'을 통해 이루어진다. 병원에서 연구개발에 관여했다는 약품과 의료기기를 처방하는데 환자가 무슨 재주로 이를 안 쓸 수 있을까?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27일 서울대병원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부대사업 확대, 의료 영리화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이것만도 아니다. 의류와 생활용품도 부대사업으로 들어간다. 아예 쇼핑몰이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허리에 좋다는 가구,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과 옷, 건강에 좋다는 모든 제품을 병원에서 팔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의사가 권하면 환자는 이를 이용해야 한다. 환자들은 병원에서는 영원한 약자다.
여기에 수영장, 헬스클럽, 온천, 장애보조장구 등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이 허용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물리치료가 아니라 수영 치료, 헬스클럽 이용 등이 성행할 것은 뻔하다. 여기에 건물임대업까지 들어간다. 병원이 '병원'이 아니라 의료복합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부대사업'이 서울대병원의 지하 6층짜리 '외래센터'에 부대시설로 들어설 것이다. 병원은 투자금액을 뽑기 위해 시설의 활용도를 최대한 올리려고 할 것이다. 두산에 내야 하는 임대료를 내기 위해 병원의 진료도 최대한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문제는 이 돈이 결국은 환자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아니면 병원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거나.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단체의 지나친 기우라고? 이미 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비영리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통해 이미 일어난 일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의 수많은 비영리병원들이 영리 자회사를 통해 사실상 영리병원과 거의 똑같은 영리 추구적 진료를 하게끔 되었고, 또 많은 비영리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중간 다리로 아예 영리병원으로 전환했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이 파업이, 또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4일 경고 파업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당신의 의료비 폭등을 막기 위한, 당신의 질병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파업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앞으로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한 여러 일이 있겠지만 30초 만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병원 영리 부대사업 시행규칙을 막기 위한 의견서 제출이다. 이름 적고 주소 적고 보내기를 누르면 된다. (☞ 의견서 연명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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