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최저임금 인상, 한국만 동결되나

[박점규의 동행]<33> "최저임금 1만원으로!"

"안녕하세요. 저는 20살이고요 제가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지 두 달쯤 돼 가는데요. 하루에 12시간을 일하고 5만 원을 받아요. 그래서 시급이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거 없고 일당 5만 원 이렇게 준다는 거예요. 최저임금 시간당 5210으로 12시간을 하면 6만2520원이에요. 하루에 1만2520원씩 덜 받는데 총 44일을 일했거든요? 이거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으면 어떻게 받나요??? 내공 있는 거 다 걸게요. 제발 답변 좀 잘해주세요ㅠ"

지난 16일 저녁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글입니다. 전문가의 어려운 답변보다는 누리꾼들의 친절한 답변이 채택됐습니다.

첫째, 할 일은 두 달 동안 근무를 했던 내역을 날짜별로 기록하세요.
언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몇 시간 근무…. 휴식시간이 있으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시간이지만 자진해서 정확하게 기록. (대부분 임금 안 주려고 휴게시간이라고 우기므로.)

둘째, 일주일에 한 번의 휴일은 법정 주휴수당(유급휴일)이 지급되므로 임금 계산 시 추가해야 합니다. 즉, 일주일 만근 후에 하루를 쉬는 날은 임금을 받고 쉬는 날임.

셋째, 총 근로시간과 주휴수당을 합산해서 임금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나오면 최저임금(시급 5210원)으로 곱하면 받아야 할 최저임금이 됩니다. 여기서 그동안 받았던 임금을 빼면 받아야 할 임금이 남습니다.

넷째, 우선 사장에게 받아야 할 금액을 달라고 청구를 하시고 안 주면(퇴사 후 14일 이내에 주도록 근로기준법에 정해져 있으므로 14일이 넘어서도 안 주면) 피시방 관할 노동청에 임금체불 및 최저임금 위반으로 진정을 하면 됩니다.

피시방 주소, 상호, 사장 연락처 등을 알아서 진정서에 써넣으면 됩니다. 접수되면 노동청에서 사장과 진정인을 출석을 하라고 하게 되고 조사가 시작되고, 조사 과정에서 사장은 자신이 불리하므로(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위반, 4대 보험 미가입 등) 대부분 다 지급합니다. 가끔 벌금 내고 배째라형 사장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민사 소송까지 가서 피시방에 차압(빨간딱지) 붙여야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잇따르는 최저임금 문의

최저임금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피시방이나 편의점, 커피 전문점만이 아닙니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얘기만이 아닙니다. 일반 회사의 사무직,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식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저임금을 문의합니다.

최저임금법은 적용되지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 가장 심각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연장, 야간,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밤새 하는 편의점과 피시방 알바, 주말과 휴일에 가장 바쁜 커피 전문점과 식당의 노동자들입니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했다면 주휴수당은 지급해야 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8시간씩 일했다면 그 주에 받아야 할 최저임금은 5210원×8시간×6일=25만8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휴수당이 잘 지급되고 있을까요?

ⓒ프레시안(최형락)

근기법 적용 안 되는 5인 미만 사업장 주휴수당은?

대학생 이가현 씨(22)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1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말마다 룸카페와 결혼식에서 서빙을 하거나 이벤트 회사에서 화장품을 홍보하는 일을 했습니다. 주말에 일을 하면 최저임금보다 90원 많은 5300원을 주는 곳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바를 했던 그는 작년에 액세서리 판매점 '레드아이'에서 6개월 동안 일했습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에 가입해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에 대해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너 주면 다른 아이들도 다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판매점에서 잘렸다가 싸워서 복직했고, '레드아이'가 노조와 사상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알바' 노동자들의 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커피빈과 같은 대형 사업장에서 주휴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편의점이나 영세사업장은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평일에 알바를 하면 월 60만 원, 주말을 온전히 하면 월 25만 원 벌어요. 교통비, 통신비 내고 나면 돈이 없어요. 학비까지 벌려면 어린 나이부터 공부 못하고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합니다. 5210원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굶어 죽지 않을 임금이에요. 노동계가 요구하는 6700원도 비슷하죠. 최저임금 제도가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해요."

돌아오는 주말에도 강남에서 맥주 시음회 내레이터(해설자) 알바를 지원해놓은 그는 다음 주에는 세종시에 내려가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할 예정입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밀고 당기기가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유지하려면 최저임금이 1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외칠 예정입니다.

노사 간 밀고 당기기가 아닌 인간적 삶을 위한 최저임금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전국 만19~39세 청년 500명을 조사한 결과 89.9%가 '부당고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80.6%로 가장 많았으며 주휴·초과수당 미지급(42.4%)과 최저임금 미준수(39.2%)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부당대우를 경험한 아르바이트생들의 대처방법을 묻자 44.8%가 '참았다', 29.6%가 '일을 그만뒀다'고 응답했으며 시정을 요구(8.0%)하거나 정부기관에 도움을 요청(2.4%)한 경우는 소수에 1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1년부터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받지 못하는 유급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보고했습니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노동자 평균임금의 38%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비판 때문에 최저임금 순위가 올라가도록 통계를 조작했다는 지적입니다.

중앙정부만이 아닙니다. 충청남도와 강원도는 해마다 방학 때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고용하면서 1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데도 주휴수당을 단 한 번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휴수당 중앙정부는 통계 조작, 지방정부는 착불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이야기는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나 중소 영세기업의 상황만이 아닙니다.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월급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한 달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초일류기업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 요구가 '기본급 120만 원' 또는 '기본급은 최저임금의 110%'입니다. 10년 이상 일한 최고의 전자제품 수리 기술자들의 월급 요구가 법정최저임금보다 10% 더 달라는 것입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라는 두 공룡 통신기업에서 서비스 개통·철거·수리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주일 평균 60~70시간을 일하지만 법정 수당과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합니다. 유류비, 통신비, 자재 구입비는 자비로 부담합니다.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0만 원이 되지 않습니다.
SK브로드밴드 91개 고객센터 4500여 명의 수리기사와 LG유플러스 70개 고객센터 3000명의 서비스기사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삼성·SK·LG 서비스기사의 월급은 최저임금

제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평, 안산, 반월공단 등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물론 포승공단에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월급도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전국의 주요 국가 산업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된 수준만큼만 오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습니다.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가 발표한 <2014 지방정부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은 1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정규직의 25.7%였습니다. 정부가 민간위탁이라는 이름으로 외주화한 일자리의 월급은 모두 최저임금입니다.

대기업에서 공공부문까지 끝없이 확산되고 있는 사내하청, 민간위탁, 특수고용 등 간접고용이라는 나쁜 일자리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확산되는 간접고용, 낮아지는 임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해 연설에서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40%가량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애틀시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연방정부 최저임금의 두 배로 올렸습니다.

영국 정부도 최저임금을 10%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독일은 2015년부터 시급 8.5유로(1만2000원)의 최저임금제 도입을 의결했습니다. 일본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오는 27일까지 확정되어야 할 2015년 최저임금 논의에서 한국의 사용자들은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부 지방정부를 시작으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천시와 서울 성북구, 노원구는 올해 법정 최저임금 5210원보다 1640원 더 많은 6850원을 생활임금으로 정해 지방정부가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58% 수준입니다.

6.4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생활임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추진하고 있는 여야 연합정부 성사도 생활임금제 도입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문수 현 도지사는 경기도의회가 제정한 '경기도 생활임금 조례안'을 거부해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최저임금 인상, 한국 사용자는 동결?

하지만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가 보낸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대책에 대해 "파견, 용역, 하청 근로자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인력운용에서의 어려움만이 아니라 임금비용의 급상승으로 공공기관의 경영난이나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특혜받은 대기업이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질의에 대해 "과연 대기업이 탐욕에서 비정규직, 사내하청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왜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옮기는지,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고용은 정체 또는 줄어드는지 등이 심도 있게 고민하여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에 대한 남 당선자의 시각입니다. 파견, 용역, 하청, 민간위탁 등 나쁜 일자리와 저임금은 한 쌍입니다. 확산되는 나쁜 일자리가 저임금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최저 수준의 임금이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활임금 조례만으로는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정부의 생활임금은 민간위탁, 사내하청, 특수고용,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씨가 말한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는 규제가 아니라 나쁜 일자리와 저임금입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참거나 일을 그만둔다면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지난 5월 1일 국제노동절을 맞아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15달러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동자들은 도로에 불을 피우고 경찰에 돌과 맥주 깡통을 던지며 격렬하게 싸웠습니다.

지난 2일 시애틀 시의회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크샤마 사완트 사회주의 대안당 의원은 "우리의 승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투쟁해 여기까지 왔다"며 "시애틀의 최저임금 시간당 15불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이가현 씨가 최저임금 1만 원을 외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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