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면 도지는 '부동산 규제 완화' 증후군

[정책쟁점 일문일답] 6.4지방선거 때 터져나온 최악의 표(票)퓰리즘

1. 지난 2월에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고, 3월에는 기획재정부가 이를 보완하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보완조치’를 발표했는데요. 최근 새누리당과 정부가 이것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최근 검토하고 있는 완화방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완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2주택 보유자 월세소득 비과세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적용 세율을 인하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저세율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전세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3주택자 이상 월세소득도 저세율 적용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입니다.

2. 하나하나 살펴 보겠습니다. 여당과 정부는 2주택 보유자 월세소득 비과세기간을 어떻게 연장한다는 겁니까?
⇒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5일 발표한 원안을 보면 2주택 보유자로서 월세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사람에 대해서 올해와 내년 2년간 한시적으로 임대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여당과 정부는 이 내용 중에서 ‘2년’을 ‘3년 이상’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들의 의도가 국회에서 그대로 관철된다면 2주택 보유자로서 월세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올해부터 3년 이상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3. 3년 이상 비과세한다면 영구적으로 비과세한다는 건가요?
⇒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상’이라는 문구는 야당에 던지는 협상용 문구입니다. 자신들은 ‘3년 이상 비과세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야당의 반대가 심하면 ‘이상’이라는 문구를 빼 줄 수도 있다.’ 이런 의중을 ‘3년 이상 비과세’라는 문구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4. 정부와 여당이 갑자기 이런 수정안을 들고 나온 이유가 뭡니까?
⇒ 언론사들이 이와 관련된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한 시점은 6월 1일입니다. 여당과 정부가 자신들의 지지층이 대부분인 다주택 보유자 표를 긁어 모을 목적으로 6.4지방선거 직전에 언론에 흘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5. 표를 긁어 모으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표퓰리즘'이라 하는데요. 정부와 여당의 수정안도 그것에 포함되나요?
⇒ 표를 모으기 위한 정책 모두가 표퓰리즘 정책은 아닙니다. 여당의 공약이든 야당의 공약이든 표를 모으기 위한 것이므로 그 활동 자체를 폄훼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표를 모으기 위해 경제적,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약속하는 경우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와 여당의 수정안은 문제는 표를 모으기 위한 활동이면서, 동시에 경제적,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것이므로 표퓰리즘에 해당합니다. 특히나 부자감세는 다른 어떤 표퓰리즘보다 더 질이 나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에 돈을 허비하는 경우, 빈자들에게 돈을 뿌리는 것보다 부자들에게 뿌리는 것이 훨씬 더 질이 나쁩니다.

6. 부자감세는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 빈자들에 대한 재정지원이나 부자들에 대한 조세지원(=감세)이나 본질은 같은 겁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돈을 주는 것(재정지원)이나, 정부가 받을 돈을 안 받는 것(조세지원, 감세)이나 그 성격이 같다는 뜻입니다. 부자감세가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기본 개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7. 일부 언론들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많이 침체되었다며 부동산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 일부 언론사들은 “휘청, 된서리, 침몰”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부동산 침체 상황을 과장하고 있는데요.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정부의 공식 부동산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26일 전후 3개월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1.11%, 0.37%였고, 서울은 0.94%, 0.13%였습니다. 2.26대책과 3.5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휘청, 된서리, 침몰” 수준은 아닙니다.

8. 수도권과 비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어떠했나요?
⇒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1.03%, 0.19%였고, 비수도권은 1.20%, 0.56%였습니다. 서울의 경우 강북은 각각 0.99%, 0.28%였고, 강남 4개구는 1.12%, 0.03%였습니다. 경기도는 1.13%, 0.12%, 인천은 0.87%, 0.65%였고, 부산은 0.55%, 0.32%, 대구는 4.30%, 1.67%였습니다.
9. 여당과 정부는 또 적용 세율을 완화하려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완화한다는 것입니까?
⇒ 기재부가 발표한 원안을 보면 2주택 보유자로서 월세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사람에 대해서 필요경비율을 60% 인정하고, 단일세율 14%를 적용하여 분리과세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 이들 중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기본공제 400만원도 별도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원안에 따라 추계를 해 보면 세 가지 경우로 구분이 가능한데요. 첫째,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고, 월세 임대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이하 동일)의 경우 필요 경비 공제와 기본 공제가 많아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고, 월세 임대소득이 1000~2000만원인 경우에도 역시 필요 경비 공제와 기본 공제가 많아 실효세율(소득 대비 소득세 부담액 비율) 0~3%의 임대소득세만 내면 됩니다. 셋째,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고, 월세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기본 공제 400만원은 받지 못하지만 필요 경비 공제가 많아 실효세율 6.2%의 임대소득세만 내면 됩니다. (6.2%에는 지방소득세도 포함된 것임).

[표]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2주택자 조세 부담(단위 : 만원)

(자료)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표]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초과인 경우 2주택자 조세 부담(단위 : 만원)

(자료)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표] 다른 소득이 2000만원 이하, 초과인 경우의 2주택자 조세 부담(단위 : 만원)

(자료)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그런데 여당과 정부는 이 세율도 높다 하여 더 낮춘다고 하는데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10. 2주택 보유자로서 월세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사람에 대해서 분리과세로 단일세율 14%를 적용한다 해도 실효세율은 높지 않군요?
⇒ 필요 경비 공제와 기본 공제가 많아 실효세율은 높지 않습니다.

11. 또 여당과 정부는 저세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확대한다는 겁니까?
⇒ 역시 원안에 따르면 정부는 2주택 보유자로서 월세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사람에 대해서 분리과세로 단일세율 14%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당과 정부는 이중에서 2000만원이라는 문구를 3000만원으로 수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12. 이 문구를 수정하면서 내놓는 명분은 무엇입니까?
⇒ 노인들의 노후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연간 임대소득 3000만원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과세완화론자들의 주장입니다.

13.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다주택을 보유한 노인들 모두가 사후에 보유 주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면 과세완화론자들의 그런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주택을 보유한 노인들 중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노인들의 노후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연간 임대소득 3000만원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과세완화론자들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다주택을 보유한 노인들에 대해서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까지 보호하는 원안도 과도한 것입니다. 오히려 보호대상을 1500만원 이하로 낮추어야 합니다.

14. 보호대상을 1500만원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에 60세인 사람의 기대 여명은 24.3세입니다. 올해 60세인 사람은 평균적으로 25년을 더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예컨대 시가 3억원인 주택을 2채 가진 노인이 2주택 시가 6억원으로 노후를 보내게 된다면 주택매각 대금으로 연평균 2400만원(=6억원/25년)을 사용할 수 있고, 또 그가 연간 임대소득으로 2000만원을 얻는다면 그의 연소득은 4400만원이 됩니다. 노인 빈곤율(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한 빈곤층 비율)이 48%에 달하는 현실에서 연간 소득 4400만원인 노인은 노인층 중에서 상위 5% 안에 속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과보호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15. 여당과 정부는 전세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다고 하는데요.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도 동의하고 있는데요. 지금과 같이 전세란이 심한 상황에서 전세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전세란이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전세가 대한민국에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멸되어야 할 나쁜 것이라 하는데요. 지나치게 사대주의적인 생각입니다. 세입자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면 월세보다 전세가 좋은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전세소득 과세와 같은 방식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서는 안됩니다.

16. 여당과 정부는 또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2주택 보유자와 차별없이 과세를 하려 하고 있는데요. 이런 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주택 수 기준이 아니라 임대소득 총액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임대소득이 1000만원인 3주택 보유자는 저세율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임대소득이 2000만원인 2주택 보유자는 저세율 분리과세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17. 주택을 사 모으는 투기꾼들의 행태는 국가 경제를 망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지 않나요?
⇒ 부동산 가격 대세상승기 때 다주택 보유자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대세하락기 때는 좀 다릅니다. 월세 공급원인 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월세 공급 부족으로 월세가 내려가지 않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18.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서 이 문제를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다주택 보유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는 국가나 지자체의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서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책 전문가 대다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는 겁니다. 과거 LH공사와 SH공사의 행적을 추적해 보면 분양사업부문에서 고분양가로 이익을 남겨서 공공임대주택사업의 적자를 메꿨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주택가격 대세하락기에는 고분양가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분양사업의 이익으로 공공임대주택사업의 적자를 메꾸기 어렵습니다. 설상가상으로 LH공사와 SH공사 등이 부동산 가격 급등기 때 부채를 엄청나게 늘려 놓아 공공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할 여력이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19. 국가나 지자체의 공공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할 비법은 없나요?
⇒ 현재로서는 뾰족한 비법이 없습니다. 주택가격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어 공공임대주택사업 대부분은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으로 유지되는 사업이 되고 말았는데요.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사업이 부동산 가격 급등기 때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20. 그래서 진보진영 일각에서 준공공임대주택을 제안했고 정부도 이것을 일부 수용했지요?
⇒ 준공공임대주택은 세제 혜택 등을 받는 대신 정부로부터 임대료 규제를 받는 민간 임대주택을 말하는데요. 준공공임대 확대정책은 공공임대주택사업이 부동산 가격 급등기 때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21. 지난 1년간의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에서 최악의 정책과 최선의 정책, 하나씩 짚어 주시죠.
⇒ 최악의 정책은 ‘생애 최초’라는 이름으로 청년층들에게 금융규제를 완화해 주면서 빚 내서 집 사라고 부추킨 정책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나은 것은 투기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LTV, DTI 등 금융규제를 그나마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LTV, DTI 등 금융규제정책은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럽 중앙은행이 찬사를 보낸 우리나라의 좋은 제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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