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경제전망 반가운 그들, 세월호는 잊어라?

[정책쟁점 일문일답] 보수 언론의 '더블 딥' 운운, 배경은?

1. 28일 일부 보수언론들이 5월 경제지표에 대해 서로 상반된 보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 내용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 <파이낸셜뉴스>와 <한국경제신문>·<문화일보>가 5월 경제지표에 대해 서로 상반된 보도를 했는데요. <파이낸셜뉴스>는 28일 한국은행의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를 인용, 세월호 참사로 4월의 소비가 부진했으나 5월 소비심리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한국경제신문>은 “소비심리 3년만에 최악···경제 기진맥진”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냈고, <문화일보>도 같은 날 “세월호 트라우마 못 벗는 경제…더블 딥 빠질 우려”라는 황당한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2.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파이낸셜뉴스>가 한국은행의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고 했는데요. 이 보고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한국은행이 28일 공개한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 내용을 보면 일부 보수언론의 호들갑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한은의 보고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4~5월 중(이하 동일) 제조업 생산은 1분기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둘째, 서비스업 생산은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셋째, 소비는 1분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습니다. 넷째, 건설투자는 1분기에 비해 소폭 증가했습니다. 다섯째, 설비투자는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여섯째, 수출은 소폭 증가했습니다. 일곱째, 기업자금사정은 소폭 개선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3. 한국은행은 4~5월 중 소비가 감소했는데, 서비스업 생산은 보합세를 유지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4~5월 중 소비가 1분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즉 소비가 ‘소폭’ 감소하다 보니 서비스업 생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입니다.  

4. 한은 보고서 내용을 보면 4~5월 경제지표가 “기진맥진”이나 “더블 딥”을 운운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한국경제신문>과 <문화일보>는 어떤 근거로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겁니까?
⇒ <한국경제신문>은 기사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 3.6%→2.7% 급랭”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이 수치들이 오해의  근원입니다. 이 신문은 KDI가 27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 2014 상반기’를 근거로 이런 보도를 했는데요. KDI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3.6%(실질가격 기준, 이하 동일)라 전망했으나, 지난 27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는 2.7%로 수정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것을 근거로 KDI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가 “급랭”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KDI의 지난해 엉터리 소비 전망이 낳은 촌극이었을 뿐입니다. 

5. 지난해 KDI가 엉터리 소비 전망을 했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나요?
⇒ KDI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7%, 민간소비 증가율을 3.6%라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이 수치들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엉터리 전망이었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를 분석해 보면 2010년 이후 4년간 경제성장률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 비율은 73.8%였습니다. 따라서 KDI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2.7%라 전망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KDI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3.6%라 전망했다가 그것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자 최근 2.7%로 수정한 것입니다.

6. KDI가 지난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엉터리 민간소비 전망을 했다는 것도 황당하고, 또 KDI가 최근 자신들 오류를 수정한 것을 보고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가 “급랭”했다고 보도하는 일부 언론도 황당하네요.
⇒ 연구자들과 언론들이 이와 같은 수치스러운 촌극을 피하려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하나는 여러 가지 통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오류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자들도 전문가들 주장을 무조건 믿고 보는 전문가 신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7.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더라도 해경과 선장·선원 등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 수준이 엉망진창이었는데요. 우리는 그들을 지나치게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 제가 개미투자자들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그것은 ‘오만하고 겸손하라’입니다. 이 말은 ‘전문가를 지칭하는 사람들에게 오만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겸손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조언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한민국 전문가들 수준이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국민들의 전문가 맹신주의가 과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신이 아닙니다. 또 나쁜 의도를 가진 전문가도 많습니다. 우리가 전문가를 찾는 이유는 모든 일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그들이 특정 분야에서 전지전능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8. 세월호 참사를 보면 우리가 전문가를 지칭하는 사람들을 어느 선까지 믿어야 하는지 의문이 많이 듭니다. 
⇒ 전문가를 무조건 불신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일단은 믿어야 합니다. 그러나 70%만 믿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9. 관피아 문제, 전관예우 문제, 고소득 개인사업자 탈세 문제, 공기업과 공공기관  비리 문제 등을 들여다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썩어 있는 집단이 전문가집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최근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전문가를 지칭하는 사람들이 일으킨 것들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도 이제는 전문가 신비주의에 빠져 있을 게 아니라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의료, 법률 등등 전문성이 높은 분야에 의도적으로 비전문가를 투입해 전문가들이 폐쇄성 속에서 썩어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참여재판 등을 도입하는 것도 법률 전문가들이 폐쇄성 속에서 썩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요. 전문성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의도적으로 비전문가를 투입하면 전문가들의 부패 현상을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10. <문화일보>는 28일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며, 경기 회복세가 정체되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 국면을 지나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double dip)’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은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전혀 근거없는 주장입니다. KDI를 보더라도 이들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3.6%에서 2.7%로 수정했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발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7%라 전망했고, 지난 27일 발표에서도 3.7%라 전망했습니다. 지난 6일 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4.0%로 상향하기도 했습니다. 

11. <문화일보>는 KDI가 올해 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을 5.4%로 전망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설비투자 증가율 5.4%라는 수치를 보고 ‘더블 딥(double dip)’ 운운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4.7%였고, 2012년에는 0.1%였으며, 2013년에는 -1.5%였습니다. 

12. <문화일보>가 ‘더블 딥(double dip)’ 운운하는 것은 2015년 경기도 매우 어둡게 본다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2015년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 KDI는 지난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3.7%, 내년 성장률을 3.8%라 전망했습니다. OECD도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4%, 내년 성장률을 4.2%라 전망했습니다. 

13. 일부 보수언론들이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하여 비관적인 경제 전망 보도를 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에게 매우 불리한 세월호 참사를 빨리 잊자는 주장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 같은데요. 야당은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 동서고금의 모든 야당은 언제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해야 경제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정부와 여당에게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야당은 그와 같은 주장을 자제하고 있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보수언론들이 왜 근거없는 경제위기론을 유포하는지 그 의도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또 일부 언론들처럼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가 경제에 해가 된다며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여서도 안됩니다. 더구나 그들이 내놓는 경제위기론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구에 근거한 것이라면 희생자들과 그들 가족들에게 결코 용서받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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