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손 놓은 정부, '안보'는 어디로 갔나

[한반도 브리핑] 국가안보도, 인간안보도 아슬아슬한 대한민국

국가가 아무리 국경선과 영토를 잘 지켜도 국민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인 '국가안보'라는 개념이 '인간안보'로 발전한 이유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것과 같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위협이 외부의 적에 국한되어 있다면 '국가안보'만으로도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국군이 휴전선을 아무리 잘 지키고 있어도, 북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이유로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제는 한국도 안보의 패러다임을 '국가안보'에서 '인간안보'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인간안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현 정부는 국가안보는 잘하고 있는가?

현재 한국에 가장 큰 안보위협은 북이고, 특히 북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느냐는 한국 정부에게는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의제인 것이다. 이 의제에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을 내걸고 북이 2차례 실시한 핵실험을 인내한 것이 전 정부였다. 현 정부는 '신뢰프로세스'라는 명분을 내걸고 북이 핵능력을 증강시키는 프로세스를 마냥 신뢰하고 있다. '북핵 불용'이라는 주문만을 되뇌며.

그 결과 이제는 미국마저 손 놓고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방정보국 국장은 지난 1월 청문회에서 북이 영변 핵단지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 규모를 확충하고 있고 플루토늄 원자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제프리 루이스 비확산센터 소장도 최근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을 계속 외면한다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 보유 숫자를 계속 늘리고 중장거리미사일 실험을 이어가며 궁극적으로 높은 폭발력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작년 미국 국방정보국은 <역동적 위협 분석 8099> 보고서에서 북이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 가능성을 두고도 한국정부는 '원칙'만을 되풀이하며 앉아 있는 반면 북은 부지런히 핵능력을 확대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북의 핵무장 능력을 현실적으로 파악하면서 우선적으로 군사적 방어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에 '동맹의 연루'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한미일 정보공유 및 미사일 방어 (MD) 협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미 의회까지 나서서 추진하고 있는 정보공유 및 미사일 방어 협력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한국을 북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데는 거의 실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위험성마저 안고 있다.

▲ 지난 4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청와대

이미 중국은 "이곳(한반도)에 MD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는 경고를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로 이 지역에 MD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군사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국가안보 문제이다. 중국이 한반도 일대에 유지하고 있는 3대전략목표의 하나인 '지역 평화와 안정'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움직이려 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를 근원적으로 흔들 수 있는 행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도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 6개 참가국이 모두 동의한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최근 방한과 관련,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반면, 한국 외교부는 "북핵 불용의 확고한 원칙 아래에 북한 비핵화"가 목적이라며 이견을 노출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도 문제이지만 북을 겨누는 미국 핵무기도 구조적 문제의 한 부분이라는 현실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반면 '북한 비핵화'는 미국 핵무기는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북의 핵무기는 평화와 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중잣대를 근거로 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안보라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전자가 후자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 정부는 중국의 3대전략목표의 하나인 '한반도비핵화'와 차이를 공개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방법론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보는 반면 한국은 "의미 있는 대화 재개가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6자회담'을 전제조건 없이 조속히 재개하여 의견차이가 있는 부분은 회담에서 해소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정부는 '6자회담'은 언급하지 않고 '대화' 만을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의미 있는' 대화라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 또 조속히 그런 대화라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적 수사로 원만히 표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정부는 조속한 '6자회담' 재개에 회의를 표명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결국 △지역 평화·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력이라는 중국의 3대전략목표 모두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의견차이가 보다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현재는 '역사상 최상의 시기'라는 수사로 포장하고 있다. 아름다운 말로 거친 국제정치 현실을 덮는 것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한국의 레이더로 탐지한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의 정보를 3국이 즉시 공유하는 체제를 제안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MD 협조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중국도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북이 핵능력을 끊임없이 확대 발전시킨 후 실력행사를 하고, 중국이 실력행사를 한다면 한국의 국가안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현재 대한민국, 인간안보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도 아슬아슬하다. 이러한 "불안을 조장하는 악의 무리"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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