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민주주의 역행, 군부 계엄령 선포

[뉴스클립]과도 내각 동의 없는 사실상 쿠데타

태국의 민주주의가 역행을 거듭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사법쿠데타'로 총리가 해임된 데 이어 20일(현지시간)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했다. 과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쿠데타'로 보인다. 군부는 친정부 민간 방송국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부 최고 실세인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은 현정부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에 속하는 왕정주의자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계엄령은 쿠데타 성격이 강하다. 태국에서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8년 만에 벌어진 일로, 지난 2006년 9월 19일 군부는 쿠테타를 일으키면서 전국 76개주에 계엄령을 선포한 바 있다.

태국 군부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11차례나 '성공한 쿠데타'를 주도한 전력이 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반정부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지며 정국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7일 헌법재판소의 권력남용 결정으로 잉락 친나왓 총리가 해임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중립적인 인물을 선정해 새 과도 총리로 임명하겠다며, 오는 26일까지 예정으로 대대적인 시위를 벌여 왔다.

반정부와 친정부 진영은 이날도 대대적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계엄령 선포 직후 거리 행진 시위를 바로 취소했다. 이번 계엄령 선포가 현 정부를 퇴진시키기 위한 군부의 압력이 강해진다면 태국의 정치 위기가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태국은 지난 2월 실시한 조기 총선이 무효가 돼 오는 7월 재총선을 실시키로 잠정 결정했으나, 반정부 진영이 새 과도정부 구성을 주장하며 선거에 반대해 재총선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 사태가 발생한 이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시위대에 대한 괴한들의 공격 등으로 지금까지 28명이 숨지고 800명 가까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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