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야스쿠니 신사 공물 바쳐

세계 2차대전 전범 미화 발언···역사인식 또 도마 위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1일 춘계예대제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과 한중 간 관계를 의식해 직접 참배는 하지 않았지만, 봉납 공물이 사실상 대리 참배나 다를 바 없어 향후 한일 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21일 시작되는 춘계예대제에 맞춰 아베 수상이 도쿄 구단키타(九段北)의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 명의로 ‘마사카키’(真榊)라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1주년 기념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후 처음으로 신사와 관련된 공식적인 일정을 수행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직접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한국,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통신은 “23일 방일 예정인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일본과 중·한 양국 간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을 배려해 (아베 총리가) 참배는 보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한 것 역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통신은 “아베 수상은 작년 봄과 가을 예대제 때도 마사카키를 봉납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대응을 취함으로써 도쿄재판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됐다는 이유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중·한 양국과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층 쌍방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물 봉납이 사실상의 대리 참배나 다름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양국의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아베 수상이 형식상으로 ‘공물 납부’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한 발 물러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20일 요미우리 TV에 출연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쓰러진 병사들을 위해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은 리더의 당연한 마음”이라고 밝혀 2차 세계대전 전범들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약 열흘 전인 지난 3월 14일 “아베 내각은 역대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 자신들의 전쟁 범죄 행위를 인정했던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다시 전쟁범죄를 미화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 내각 각료들도 춘계예대제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를 찾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대신이, 20일에는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일본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대신이 각각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베 총리의 공물 납부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평에서는 "아베 총리의 공물 봉납과 현직 각료들의 참배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아베 총리 자신이 공언한 입장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역내 국가간의 선린 관계 뿐 아니라 지역 안정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받기 위한 명분으로 삼고 있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논평은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몰역사적 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일본이 주장하는 소위 ‘적극적 평화주의’가 허구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신사 참배를 감행하는 아베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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