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사건, 검찰 '죽기살기'…또 7년형 구형

[현장] 사기죄 혐의 포함 공소장 변경 허가… 25일 최종 선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에 대해 검찰이 11일 결심 공판에서 7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유 씨가 '강제추방 대상'이라며 재판부에 유죄를 선고할 것을 강하게 피력했다. 변호인은 "간첩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공판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검찰과 변호인 간 항소심 법정 공방은 끝났다. 이제 재판부의 판단만이 남았다.

검찰 "북한이탈주민 위장한 불법체류자집행유예 의미 없다"

항소심이 진행된 7개월 동안 검찰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항소심 핵심 증거로 내세운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은 조작으로 밝혀졌고, 결국 증거 철회에 이르렀다. 그러나 검찰은 위축되지 않았다. 결심에서 원심과 같은 7년형을 구형했다. 여전히 "유우성은 간첩"이라는 것이다.

이날 검찰의 결연함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최후 의견진술을 장장 3시간 분량으로 준비하는가 하면, 조직 내 수장 격인 공안팀 부장이 직접 공판에 참석해 검사들을 지휘하기도 했다.

▲법원에 들어오고 있는 유우성 씨(가운데)와 변호인단. ⓒ연합뉴스

검찰은 의견진술을 통해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유 씨 동생 가려 씨의 진술이 회유와 폭행에 의한 게 아님을 강조했다. 아울러 유 씨가 2007년 이후 급격하게 탈북자지원단체 등 대외활동을 벌인 점 등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간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 씨를 '간첩'으로 결론내린 검찰은 "피고인이 대남 공작 활동으로 탈북자들 본인과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안보 위해 행위를 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거짓 진술로 책임을 피하기 급급했다"고 밝혔다.

이현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은 재판장을 향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하고 추징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단죄를 청했다.

검찰은 아울러 유 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화교인 피고인이 북한이탈주민을 위장해 범한 각종 범죄는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행위"라며 "피고인이 진정 오갈 데 없는 북한 동포에게 돌아갈 혜택을 뺏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앞서 "유 씨가 탈북자인 것처럼 속여 부당하게 정착지원금을 받은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유 씨에 대해 사기 혐의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기 혐의와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 혐의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사기죄 혐의가 인정될 경우 유 씨의 부당 수급 지원금은 2560만 원에서 8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유 씨를 '강제출국 대상'으로 규정했다. "불법체류자는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강제출국을 당하는데, 이런 사람에게 집행유예는 의미 없다"고 못 박았다.

유우성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나, 70년대에 살고 있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항소심에서 검찰이 다시 7년형을 구형하자, 유 씨는 괴로움을 토로했다.

유 씨는 최종변론에서 "저는 1년 넘게 재판을 받으면서 내가 과연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1970년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죽음 만큼 억울하고 힘들어도 왜 그 당시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지 저의 사건을 통하여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저는 한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결코 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결백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재북 화교라는 자신의 신분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름조차 모르는 조상님 덕분에 저는 사기꾼이 되어버렸다"며 "저는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시한 국가보안법 혐의 증거 구성의 허점을 공략했다. 특히 가려 씨 자백의 증거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단 측은 최후 변론에서 그간 제기된 가려 씨에 대한 폭행·협박 의혹을 정리하면서 "스스로 진술한 게 아니라 미리 작성된 대본에 따라 진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씨 측은 가려 씨의 탄원 내용도 공개했다. 가려 씨는 검찰의 기소 근거로 쓰인 자신의 진술에 대해 "폭행과 협박으로 만들어진 허위진술”이라며 "지금도 합신센터에서 조사받는 악몽을 꾼다"고 했다. (관련 기사 : "
'심리적 고문' 속 "오빠는 간첩"…진술서는 진실?")

그러면서 "지난 1년 넘는 재판 과정은 저희 가족으로선 너무나 악몽같은 시간들이었다"며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우리 오빠가 너무 불쌍하다"며 재판부에 유 씨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6개월 간 독방에서 생활하다 합신센터에서 나온 직후 유가려 씨가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변


마지막 재판서 새 증거 내민 검찰"무분별한 증거 제출" 비판

결심 공판의 하이라이트인 검찰의 최후 의견진술과 변호인 측의 최후 변론은 공판 시작 10시간 만에 겨우 진행됐다. 검찰 측이 또다시 새로운 증거와 증인을 무더기로 내세운 탓이다.

검찰이 이날 제시한 주요 증거는 국정원 직원과 유 씨의 외당숙인 국모 씨의 대화 녹음 파일이다. 유 씨가 일제 노트북 3대를 구입해 국 씨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으로, 유 씨가 보위부 도움을 받아 북한을 드나들었음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다. 그러나 음성 파일은 원본이 아닌 사본으로, 검찰은 증거 능력 인정 여부를 놓고 변호인 측과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이날 "편집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 대검찰청 소속 김모 수사관의 증언을 근거로 증거 채택을 주장했다.그러나 변호인 측은 "녹음 파일이 사본인 경우 증거 능력을 인정한 판례가 단 한 건인데, 사인이 획득했던 녹음파일”이라며 "이 건은 국정원 관련 수사관이 직접 수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재판부는 해당 자료를 증거목록에선 제외하되 참고자료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 가운데에는, 검찰 공소 사실을 뒤집는 의견을 밝힌 이도 있었다.

검찰은 피고인의 출입경에 '출-입-입-입'이라는 기록이 나타난 경위를 묻기 위해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불렀다. 이 교수는 법정에서 "출입경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출국'기록이 '입국'으로 잘못 입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우는 가려 씨의 진술과 모순되는 내용이다. 가려 씨는 유 씨가 2006년 5월 27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갈 때 '두만강으로 건넜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교수의 의견대로라면 유 씨가 '강'이 아닌 '땅'으로 건넌 셈이 된다. 이는 공소장 내용에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중국 전산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거나 아는 게 있느냐", "관련 논문을 쓴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해 의견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변호인 측은 "중국 정부에 대한 사실조회에서 검찰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무차별적으로 증거를 제출하고 있다"며 "이는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세 속에 항소심 마지막 공판이 끝났다. 검찰은 '막판 뒤집기'를 성공할 수 있을까. 항소심 결과는 2주 뒤인 오는 25일 선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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