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논란 에이즈 환자 병원, 나가기 싫으면 남아?"

질병관리본부, 새 요양 기관 못 찾아…인권단체 "책임 회피"

국내 유일한 HIV/AIDS(이하 에이즈) 환자를 위한 장기 요양 병원에서 환자 사망 사건과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새로운 요양 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환자들이 오갈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는 14일 경기도의 S요양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질병관리본부가 환자들에게 인권 침해가 난무한 병원에 남든지 길바닥에 나앉으라는 선택지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0년부터 국가 에이즈 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도의 S병원에 에이즈 환자 장기 요양 사업을 위탁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서 환자 차별,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복수의 에이즈 환자와 간병인은 "에이즈 환자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 주는 환자복도 잘 안 주려고 하는데, 암 환자에게는 공손하고 이불 등도 암 환자가 꺼내갔다"며 "암 환자들은 외출이 자유로운데 에이즈 환자는 그렇지 않고, 암 환자 병실과는 다르게 에이즈 환자 병실은 밤 9시에 일괄 소등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성폭행, 사망…에이즈 환자 인권은 어디에?)

 

이에 더해 2011년 간병인의 환자 성폭력 사건, 2013년 환자 사망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부터 S병원과의 위탁 계약을 해지했다.

 

문제는 질병관리본부가 대체 병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S병원에 남아 있는 에이즈 환자 50여 명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S병원에 남은 환자들에게 해당 병원에 남을지 전원할지를 묻는 면담을 진행한다. 

 

이들 단체는 "에이즈 환자들이 갈 수 있는 다른 병원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에이즈 환자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질병관리본부는 강요된 환자의 선택을 명분 삼아 요양 병원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환자 피해가 지속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가 환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피해 지속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심각한 행정 공백이며 인권 침해 현장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질병관리본부는 투명한 과정을 통해 에이즈 환자를 위한 요양 병원 및 요양 시설을 알아보고 선정하고, 에이즈 환자 장기 요양 사업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에이즈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 사업을 하려고 나서려는 병원이 없는 게 문제"라고 호소한 바 있다. 공공 병원의 경우 환자 50여 명을 모두 수용할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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