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결말은 낯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쌍용차와 기륭전자의 기억을 끌어내고 있다.
쌍용차의 파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진압됐고 회사는 일부 조합원들의 복직을 약속했지만 결국 들어주지 않았다. 파업 조합원들은 이후 동료와 그 가족의 주검이 실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기륭전자의 싸움은 6년을 끌었다. 복직을 얻어냈지만 오랜 동안의 처절한 싸움 끝에 남은 사람은 불과 10여명. 이긴 쪽은 없었다. 한국의 노동현실에서 정리해고의 결말은 이 두 가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며 1, 2, 3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시민은 2만 명에 육박한다. 기업가의 이윤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사회에 대한 자성이 부른 행렬이었다. 한 사람의 '무모'하고, '위험'하고, '지독'한 고공농성이 왜 불가피했는지를 직접 확인하러 간 눈들이었다. 이런 현실이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님을 아는 같은 노동자들이었다.
그 대열에 낀 한 사진가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이 삶의 밑천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좌절이 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므로 희망버스엔 희망이 아니라 각자의 절망이 실렸다. 괴물처럼 버티고 선 85호 절망 크레인에 각자의 절망을 걸어두고 올 수는 없을까"
한 언론은 '40미터 크레인에 부산이 갇혔다'고 썼다. 틀렸다. 부당하고 낡은 '돈의 굴레'에 대한민국 스스로 고립됐다고 썼어야 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올해 1월 6일부터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84호 크레인은 시운전을 마치고 85호 크레인으로의 접근을 준비하고 있고 경찰특공대는 84호 크레인으로의 탑승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소금꽃'은 하루 하루 낙하를 꿈꾼다.
사진가들은 한진중공업 사태를 기록했다. 이들은 이 시대 가장 약한 가장들의 뒷모습을 담았다. 기름 때에 찌들어 배 만드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해고를 당하던 순간을 찍었다. 어린 아이들의 현재로 미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매수된 폭력의 살벌함과 무정한 기업가의 뻔뻔함을 기록했다.
한진의 결말은 다를 수 있을까?
※ 사진: ⓒ권우성, ⓒ김수진, ⓒ김재송, ⓒ김홍지, ⓒ김흥구, ⓒ노순택, ⓒ류우종, ⓒ박민혁, ⓒ박승화, ⓒ박정훈, ⓒ양태훈, ⓒ오은진,ⓒ유성호, ⓒ이명익, ⓒ이미지, ⓒ이재원, ⓒ이치열, ⓒ이정선, ⓒ임태훈, ⓒ정기훈, ⓒ정택용, ⓒ조재무, ⓒ최형락, ⓒ한금선 (한진중공업 사진집 <사람을 보라>(아카이브) 제작 참여 사진가)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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